국토의 약 4%를 차지하는 국립공원의 상당부분은 사유지이고 국립공원의 연간 탐방객 수는 무려 약 3000만명에 달한다. 그렇다보니 국립공원 내 토지소유자나 탐방객의 불법행위로 국립공원이 고통을 받는 일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러한 불법행위를 공단이 단속할 때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과태료부과처분 등을 달게 받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역으로 화를 내며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불법행위자가 자주 하는 항변이 있다. “왜 나만 단속하십니까”란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에 한 대통령이 재판 중에 발언해서 유명해진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유행어를 떠오르게 한다.

소송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한 사건의 현장검증 중 소송상대방으로부터 “왜 저만 갖고 그러십니까!”란 항의를 들었다. 이와 다른 사건의 변론기일에서도 “이미 인근 공원지구 내에 다른 (불법)건물이 존재함에도 이 사건 (불법)건물을 먼저 철거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반합니다”라는 항변을 들었다.

이런 불법의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으로서는 다른 사람들도 하는 행위인데 자기만 운이 없어 걸렸다는 생각에 억울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공원행정청인 공단이 상대방의 불법의 평등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불법을 묵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분쟁 상대방이 불법의 평등을 주장할 때마다 다음의 두 가지 근거를 들어 반박하곤 한다.

먼저 불법의 평등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불법행위자가 다른 불법행위자들을 단속하지 않고 있으므로 자신을 단속하지 말라는 식의 평등을 주장할 수는 없다. 헌법 제11조의 법 앞에 평등은 합법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지 불법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의 평등을 인정할 경우 국가가 상대방의 불법행위 요구를 승인하는 것이 되어 국가 스스로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는 점에서도 불법의 평등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도 “평등은 불법의 평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자신의 불법행위를 용인하도록 하는 내용의 평등권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며 불법의 평등을 명확하게 부정한 바 있다(2012헌마776 참조).

다음으로 공단의 인적, 재정적 한계로 인해 모든 불법행위를 완벽하게 단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단이 출입금지지역 출입, 야간산행, 불법취사 등의 불법행위를 완벽하게 단속하려면 광활한 국립공원 주요지점에 직원을 배치하거나 CCTV를 설치하고, 24시간 내내 모든 탐방로를 수시로 순찰하며 빠짐없이 감시·관리하여야 한다. 또한 은밀하게 이뤄지는 불법건물의 축조를 막기 위해 마을구역 등을 매일같이 순찰·기록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속방법은 공단의 직원 수와 예산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법경제학적으로도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불법행위자들 중 일부만이 단속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비단 국립공원관리업무뿐 아니라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모든 공무영역에서 불법의 평등은 문제될 수 있다. 불법행위자에 대한 엄정한 법적용으로 불법관행을 제거하거나 홍보·캠페인 등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제고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단속 또는 소송 중 불법의 평등 항변을 방어하는 경우에는 위의 두 가지 근거를 사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길세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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