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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분야 이야기]타인 채무의 보증 - 무상행위의 부인
배재일 금융법 전문변호사  |  aalaw35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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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호] 승인 2017.11.06  1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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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이른바 도산3법인 회사정리법, 파산법, 화의법은 폐지되었다. 회사정리법 시행 당시 제78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무상부인’에 관하여 의미 있는 판결을 받았다. 회사정리법은 196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으나 위 조항에 관한 선결례가 없었다. 위 법률의 회생절차(제100조), 파산절차(제391조), 개인회생절차(제584조)에 부인권을 규정하였으므로 회사정리법 시행 당시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법무법인이 수임한 A회사의 회사정리신청사건을 수행하였는데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었다.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신고한 정리채권 채권액이 당시로는 가히 천문학적이었다. 관리인이 이의한 것이 수십건, 그 액수도 몇천억원에 이르렀다. 이의사유 중 하나가 무상부인이었다. 정리회사인 A회사가 계열사를 연대보증한 것이 무상행위여서 정리채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지다. 타인 채무의 보증을 무상행위로 부인하는 우리의 판례가 없었기 때문에 정리채권자들은 관리인이 무슨 이상한 주장을 한다는 식이었다. 광주지법에 수십건의 정리채권확정의 소가 제기되었고 피고 대리인으로 변론을 담당하였다. 계열회사의 회사채 발행, 어음할인 등에 A회사가 연대보증을 하였는바, 그 보증행위가 지급의 정지 전 6월 내에 한 무상행위라는 항변을 정리하였다. 일본의 회사갱생법 문헌을 참고하고 특히 타인 채무의 보증행위가 무상행위라는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 평석을 번역하여 원문과 함께 제출하였다.

계열회사 B에 대한 회사정리신청사건도 담당하였는데 항고심에서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었다. 위 회사들은 사주가 실질적으로 경영을 지배하는 그룹에 속하여 B회사도 신고한 정리채권에 관하여 A회사와 같은 입장이었다. B회사의 관리인이 고등학교 선배 변호사로 정리채권확정의 소를 직접 수행한다며 나에게서 건네받은 A회사 변론서면과 자료를 B회사의 채권액에 맞추어서 제출하였다.

당시 광주지법의 민사합의부는 3개였다. A회사 사건은 C부, D부에 나누어 배당되고, 나중에 제소된 B회사 사건은 전부 E부로 배당되었다. C부는 1996년 11월 14일 보증의 무상성을 인정하여 부인권 행사가 적법하다고 선고하였다(96가합145). 하급심이지만 무상부인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그런데 E부는 다음날인 15일에 B회사의 패소 판결을 선고하였다(96가합3380). D부 변론과정에서도 무상부인을 부정하는 느낌이었다. 같은 법원이 재판부에 따라 다른 결론을 선고한 것이다.

E부 사건은 B회사의 항소가 기각되어 상고되었고, 이에 따라 A·B회사의 정리채권확정의 소 중 무상부인이 쟁점인 모든 사건은 변론기일이 추정되었다. 대법원이 1999년 3월 26일 보증의 무상성을 최초로 선고하여 B회사는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받았다(97다20755). 광주지법 96가합145 판결의 결론이 정당하였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비록 일본의 자료를 원용하였더라도 주장을 인용받았기 때문에 그 당시 변호사로서 자긍심이 한껏 고양되었던 기억이 난다. 다른 결론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생각으로도 재판장이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고뇌에 찬 과정이 어렵겠다고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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