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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회_해시태그]내가 살아보니까
임대진 변호사·경기중앙회  |  djlim52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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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호] 승인 2017.10.30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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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보니까’라는 고(故) 장영희 교수님의 공감가는 글이 있다. 그 글 제목을 감히 가져와서 글을 적는다는 것이 그 분의 글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나, 나이 들어가면서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어 이 제목을 가져오게 되었다. 우리 몸 가운데 제일 먼저 노화가 진행되는 기관이 눈이라 들었고, 나 역시 나이 들어감에 따라 시력에 노화가 오는 것을 느낀다. 잘 보기 위해 35년 이상 착용한 안경을 가까운 사물을 볼 때에는 안경을 벗어야 잘 보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예전에는 연로하신 분들이 글자가 보이지 않으니 읽어달라고 하거나 돋보기가 없어서 보지 못했다고 말할 때, 나는 그것들을 읽기 싫거나 때로는 귀찮아서 아니면 관심이 없거나 소홀히 하여 읽어달라는 것으로 생각했다.

대학 때 만난 아내와 결혼하여 맞벌이 부부로 살면서 장모님이 우리의 살림을 도와주고 계셨는데, 장모님은 걸레질이나 식탁을 닦으실 때 조그마한 자국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고, 나는 그런 것들을 살림이 야무지지 않으시다고 치부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식탁 위나 밥그릇 위에 놓인 조그마한 티를 내가 잘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직접 당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나의 좁은 편견으로 그동안 나는 잘못 판단해 온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볼 때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을 볼 때 우리 눈은 보는 것에 차이가 있다. 어두운 곳에서는 밝은 곳이 잘 보이나, 밝은 곳에서는 어두운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법조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그래도 밝은 곳에서 성장해 온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법조인이 되어서는 대개는 밝은 곳에서 생활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는 검사나 판사의 판단을 돕기 위해 때로는 자신의 경험을 기초로 변론을 구성하고, 판사나 검사 역시 자신의 경험을 기초로 사실관계를 판단한다. 법정에서 연로한 당사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할 때, 그들의 신체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연로한 당사자가 법률관계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여야 하나 부득이하게 이를 제대로 파악할 상황이 되지 못할 때, 만약 계약서를 상대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꾸미고 이를 허위로 알려주고 분쟁이 생겼을 때에는 그렇게 말한 바가 없다고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조인들은 백이면 백 모두 연로한 당사자의 잘못으로 돌리며 사기죄나 사기로 인한 계약의 취소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변호사 초년생 시절에 50대 부부의 이혼사건에서 남편의 과도한 성적인 괴롭힘이 이혼청구의 하나의 원인이 된 사건이 있었다. 남편은 나에게 “이 나이에 절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라고 이야기하여, 법정에서 당사자의 말을 그대로 옮기며 “50대에 이른 피고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라고 변론한 적이 있었다. 고등법원이었고, 초로의 재판장님은 웃으시며 젊은 변호사가 50대의 신체나이를 잘 모른다는 듯이 피고가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하셨다. 나이 들어가니 신체상황이 변론의 방편이 될 때 그들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연로한 당사자들을 이해하는 (비교적) 연로한 법관이 계시다면 그들이 법정에서 덜 소외되고, 진실에 더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 역시 그들만의 법률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 있을텐데, 경제적인 차이에서 오는 법률문화의 차이가 진실의 접근에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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