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서의 회독수를 늘려라, 논점을 암기해서 틀에 맞게 채워 넣어라, 그리고 빠르게 결과를 도출해서 적어라.

처음으로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여 “법학 수험공부는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을 구하고 다니면서 얻은 공통된 답이었다. 법학은 제도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해오며 오랜 기간 끊김없이 축적된 학문이기에 그 어떤 다른 분야보다도 방대한 양의 지식과 깊은 수준의 사고를 필요로 한다. 이와 같이 오랜 기간 ‘느리게’ 쌓여온 법학을 수험적으로 가장 잘 공부하는 방법은 ‘빠르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매우 역설적이게도.

법학전문대학원 3년의 교육과정 중 딱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돌아보자면, 문제를 접했을 때 사실관계를 분석하여 ‘빠르게’ 결론내고 정형화된 답안을 써내려가는 과정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러나 그 익숙함의 무게에 비례하여 가벼워진 것이 있다. 바로 ‘다르게’ 사고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다르게’ 사고한다는 것은 ‘틀리게’ 사고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정답도 오답도 아닌 또 다른 답 혹은 전형적인 정답은 아니지만 새로운 정답이 될 수도 있는 답을 내리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과정은 답습 또는 관습이 아닌 제대로 된 학습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다. 전원합의체 판결처럼 어제의 소수설이 오늘의 다수설이 될 수 있고, 소수설이라도 사실은 더욱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다수설을 외우고 토해내는 공부를 하고 있다. 소수설을 죽여 가며 이 과정을 겪어낸 우리들의 변론과 판단의 프레임이 달라질 수 있을까? 사회의 변화와 함께 사건 역시 변화하고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역시 달라져야하는데 말이다.

로스쿨의 도입취지 중 하나는 시험 위주의 도구적 법률지식 학습 관행을 지양하고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 법조인의 양성 및 실무중심교육에 있다는 점과 갈수록 복잡해지는 법률사건에 있어서 보다 유연한 시각과 관점을 갖춘 법조전문인력 배출에 그 목적을 두었다는 점을 잊지 말고 교육과정과 자격시험제도를 수정 및 보완해가야 할 것이다. 모든 것들이 갖추어지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학습이라는 관점에서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바꾸고 싶다.

기본서를 이해하라, 틀을 연구해서 논점을 만들어라, 그리고 결과를 상상하여 다르게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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