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외부 개입 없이 법원 스스로 개혁할 수 있게 해야 해요.” 최근 기자가 일선 판사들과 대화를 나눌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판사들의 걱정 서린 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판사들의 우려는 더욱 심각한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들어 법원의 고유 권한인 구속영장 심사에 대해 검찰이 공식적으로 사사건건 불만을 대놓고 드러내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법원은 국가정보원 댓글부대와 관련한 국정원 퇴직자들의 친목모임인 ‘양지회’ 전현직 간부 2명과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본부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곧바로 입장 자료를 내고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정유라씨 등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점을 열거하며 “국민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공식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을 비판한 것은 법과 원칙을 넘어선 것이라는 비판론이 법원 내부에서 나왔다. 심지어 이같은 일련의 검찰 행위가 ‘적폐 청산’과 ‘개혁’의 기치를 내건 현 정부의 기조와 맞물려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유독 현 정부에서 검찰의 비난이 거센지 모르겠다”며 “법원의 결정을 흔드는 것은 사법부의 가치를 심히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 정부에 맞는 진보 성향의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되자 법원 일각에선 인적 쇄신을 통해 사법부가 진보 성향으로 짙어져 판결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졌다. 실제 정부는 대법관과 법무부 주요 요직 등에 진보 성향의 인사들로 채우는 중이다. 며칠 전에는 정부가 사법부를 길들이기 위해 전국법관대표회의에 개입했다는 괴소문이 돌았다.

이 모두가 정부의 개입으로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불안감에서 비롯됐다.

사법부는 국민의 기본권과 정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독립성과 공정성이 철저히 보장돼야 하는 삼권 분립의 한 축이다. 사법부가 생살여탈권을 쥐는 상황에서 외압이나 이념 등에 의해 한쪽으로 치우칠 때 다른 한쪽은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이 때문에 사법부 스스로가 자질 및 능력 위주의 인사를 통해 내부 불안을 해소하고 색깔 있는 판결을 방지하는 등 자생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 개혁은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과 독립기구로서 독자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문한 만큼 사법부 자체의 올바른 개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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