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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흡연이 허용되는 시베리아의 감방
김준회 충북지방변호사회 회장  |  junla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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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호] 승인 2017.10.23  10: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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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좁은 감방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재소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여 화제다.

8.64㎡(2.61평)의 좁은 감방에서 5~6명이 옆 사람과 닿지 않기 위해 칼잠을 자는 것은 물론이고, 3명씩 반대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동료재소자의 발 냄새를 맡으며 잠을 자야 하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이유다.

부산고등법원은 우리나라 교도소의 수용여건상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1심과는 달리 1인당 수용 거실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좁으면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국가의 위자료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법무부가 2008년 마련한 ‘전국교정시설 수용 구분에 관한 지침’에서 정한 혼거실 1인당 기준면적인 2.58㎡에도 훨씬 미달하였으니 이들이 겪었을 고통이 가히 짐작이 간다. 그리고 이 판결의 영향인지 최근 법무부장관도 전국적으로 부족한 수용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번 여름에 러시아 데카브리스트 반란의 주역인 청년장교들이 유배된 지역으로 알려져 있고, ‘시베리아의 파리’ ‘시베리아의 진주’라고 불리우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중심도시인 이르쿠츠크시를 방문했다. 이르쿠츠크대학교에서 개최된 한·러 양국 법학자들의 공동학술세미나를 참관하고, 이르쿠츠크주 변호사회와 충북지방변호사회 간의 상호교류를 위한 MOU도 체결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우리 일행은 이르쿠츠크 검찰청과 이르쿠츠크교도소를 견학하는 특별하고 귀중한 기회를 가졌다. 검사들이 우리나라 경찰관과 같이 제복을 입고 근무하고 있었고, 1시간여에 이르는 검찰소개시간 대부분이 바이칼 호수 등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검찰의 활동에 관한 것이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르쿠츠크교도소는 규모가 엄청 컸는데 우리는 그곳에서 여러번 놀랐다. 재소자들이 비교적 넓은 방에서 이층, 삼층 침대를 사용하고 있었고, 규칙을 위반한 재소자를 구금하는 징벌방도 신림동 고시원 방 크기 정도로 2평 남짓한 면적에 방과 분리된 화장실까지 있었다. 재소자들도 교도관의 입회하에 변호인 또는 가족과 통화가 허용될 수 있다고 한다. 여자재소자들이 넓은 탁자에서 한가로이 체스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통해 보인다. 600명의 의사들이 근무하는 안과, 치과까지 갖춘 대형 종합병원이 재소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의료진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까지 겸한다고 한다.

소년수감자들을 위하여 미술을 전공한 선생님이 들어와 그림치료를 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흡연재소자들을 별도로 수용하여 이들에게 일정한 장소에서 흡연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교도소 내에 전시된 과거 사진들이나 고문 도구 등을 보니 이곳도 과거에는 매우 혹독하고, 비인간적인 구금·교정체계를 갖추고 있었던 것 같다. 근세기 들어서 많은 부분이 개선된 것이라는 교도소장의 설명이다.

우리는 죄를 짓고 감방에 들어가면 그만한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응보관념에 치우쳐 비좁은 감방, 조악한 식사, 최소한의 냉·난방과 의료서비스 제공, 금연·금주 등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동토의 왕국, 공포와 억압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온 ‘시베리아의 형무소’에서 우리는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교도소 환경에 대한 이러한 고정관념이 혹시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우리에게 심어주었던 응보적이고 비인간적인 구금체계나 교정문화에 무의식적으로 동화되어 해방 후에도 이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한 결과는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죄수를 교화하기 위하여 금연이 반드시 필요한가? 흡연을 허용한다면 교화에 큰 지장이 초래될 것인가? 즉석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군사정권하에서 시행된 야간 통행금지나 서양에서 시행되었던 금주법이 범죄예방 등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폐지되었고, 폐지로 인한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금연이 교정목적 달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새 정부 들어서 적폐 청산과 개혁이 화두이고, 사법부나 검찰에도 개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법원장 임명을 비롯한 법관인사제도 개혁,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 등등 굵직굵직한 개혁과제가 거론된다. 그러나 국민들은 죄지은 자가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고, 무고한 자가 처벌받지 않는 정확하고 공정한 사법시스템이 작동해주길 바라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고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를 원한다. 적폐청산이나 개혁도 오로지 이러한 목적달성에 부합하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자칫 개혁을 빙자하여 당리당략을 도모하거나 자기 조직의 권한확보에만 힘을 기울였던 과거의 전철을 되밟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국민의 편에 서서 바라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 중에서도 개혁하고 개선해야 할 일이 참 많다. 그 중에는 발상의 대전환만 이루어진다면 아주 손쉽게 개선될 부분도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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