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일가재단 이사장

대한변협이 지난 16일 오후 7시 대한변협회관 18층 중회의실에서 제50회 변협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는 손봉호 일가재단 이사장이 강연자로 나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손봉호 이사장은 일가재단 이사장뿐만 아니라 기아대책 이사장,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서울문화포럼 대표이사 등을 맡고 있다.

손봉호 이사장은 ‘정의’에 대해 이야기하며 포럼의 문을 열었다.

“정의감은 공정한 대우를 받으려는 인간의 본능이며, 억울함은 육체적 고통 못지않게 불행의 매우 중요한 원인입니다. 정의에 대한 요구는 부정의가 있기 때문이며 불행하게도 모든 사회에는 부정의가 존재하지요.

국제투명성 기구가 발표한 2016년 부패인식지수에서 대한민국은 52위를 기록했습니다. 직전 연도보다 15위 하락한 것으로, 아주 부끄러운 일입니다.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47점으로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보다 우리가 더 불행한 것으로 나타났지요. 자살률 또한 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에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당하는 고통의 4분의 3이 타인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도 했다. 과거에는 자연이나 운명에 의해 개인의 상황이 결정됐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경제적 상황과 사회적 위치가 사회에 의해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상위 부자 8명이 가난한 사람들의 반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얘기가 있듯이, 빈부격차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사회 부정의에 근거한 약자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대한민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가 복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공공복지는 현대국가의 불가결한 기본 임무가 되었지요.”

세금에 의한 공공복지는 조세저항과 ‘복지병’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미혼모 지원정책이 대표적 사례로, 위 정책은 오히려 미혼모가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미국은 자발적인 기부와 자원봉사를 통해 위 부작용을 줄이고 있으며, 2014년 미국의 기부 규모는 약 3600조원으로 그 중 72%가 개인 기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마크 저커버그 등은 그들의 재산 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했고, 특히 워런 버핏은 빌 게이츠보다 더 많은 돈을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 그 이유로는 “기부한 돈을 더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라고 답해 기부의 참정신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도, 나누고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것도 사회적 조건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 순전히 본인 능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요. 따라서 기부와 자원봉사는 시혜가 아니고 도덕적 의무이며 정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2017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139개국 중 62위로 미얀마, 필리핀,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최빈국인 말라위보다도 순위가 낮았다.

“유럽,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서양 국가의 기부 수준이 높은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귀족의 의무’ 혹은 ‘권리는 의무를 함축한다’고 번역될 수 있어요. 제1, 2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 귀족 자제들이 다니는 이튼 칼리지 출신 중 2000여명이 전사했으며, 포클랜드 전쟁 때는 앤드류 왕자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했고, 6·25 전쟁 때는 미군 장성의 아들 142명이 참전해 35명이 전사한 사례 등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지도층과는 크게 다르지요.”

손봉호 이사장은 남을 도울 때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대학교와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가 연구한 결과 타인을 위한 한달 소비액이 많을수록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위한 한달 소비액은 행복지수와 무관했으며, 보너스 3000달러를 받은 그룹, 5000달러를 받은 그룹의 경우에도 보너스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타인을 위해 쓴 액수가 많을수록 행복지수가 높았다.

“테레사수녀가 봉사활동을 하는 동영상을 보기만 해도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있듯이, 남을 도울 때 신체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나눔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고, 자기 욕망의 절제와 희생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한국인에게도 나눔의 DNA가 없지 않습니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과 1998년 IMF 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예로 들 수 있지요. 국채보상운동 때는 나라가 일본의 농간으로 1300만원의 빚을 지게 되자 흡연자들은 금연을 하고, 부녀자들은 패물을 팔아 그 빚을 갚으려고 했습니다. 감격스러운 애국적 기부운동이었죠.

금 모으기 운동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자발적 기부운동으로, 금융위기를 맞았던 그리스나 스페인 국민이 국가의 존망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시위한 것과는 뚜렷하게 대조됩니다.“

우리나라도 매년 총 기부액수가 15~ 20%씩 증가하고, 변호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재능기부활동도 늘어나고 있어 기부 선진국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도 했다.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고,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은 전 재산 2000억원을 통일기금으로, 오뚜기 함태호 전 회장은 350억원을 기부하였습니다.

마음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나눔 문화를 활성화해 대한민국을 정의로운 선진국으로 이끌기를 기대합니다.”

차기 변협포럼 계획은 대한변협신문을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포럼 참석자는 사후연수신청을 통해 전문연수 1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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