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부과 기준의 적정성 등에 관한 세미나 개최
위반행위 감소 위해 ‘준법지원인 선임기업에 인센티브 주는 방안’ 등 도입 필요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부과 기준과 재량권, 사전 억지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 17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부과 기준의 적정성 등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과징금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와 구체적인 산정기준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에서는 과징금 기준과 공정위 재량권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졌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 등을 다루는 다른 전문기관도 모두 공정위 과징금 부과 기준을 차용하기 때문에 기준 개선은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기준을 가다듬을 때 적정수준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황 교수는 “양형기준이 있어도 판사가 재량권을 가지고 양형을 하는 것처럼 공정위도 적정 억지력을 확보하는 범위 내에서 법정 과징금 수준을 인상하고, 일관적합리적인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과징금을 적정한 억제 수준에 맞게 합리적으로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징금 부과 기준은 나라별로 다르다. 미국과 캐나다는 일반적 수준만 규정해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동북아시아 등 다른 국가는 구체적 부과 기준을 정하는 경향이 있어 재량권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재량권 확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징금 부과 기준이 보다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재량권이 커지면 과징금이 감경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불신이 존재하므로 향후 자세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은비 이투데이 기자는 “왜 과징금 징수액 중 많은 부분이 환급이 되는지 의문이 있다”면서 “과징금 기준을 공정위 고시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이미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상욱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 8월까지 공정위 과징금 징수액 3조7000억원 중 1조1536억원이 환급됐다. 환급금액은 2013년 303억원에서 2016년 3304억원으로 3년 새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공정위가 사건을 충실하게 처리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황 교수는 “과도한 업무량은 공정위에서 사건을 세심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면서 “업무 과중 문제를 개선하고 위원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통계연보에 따르면 공정위가 처리한 신고와 직권 등을 합친 조사 건수가 연간 4000여건에 달한다. 공정위 전체 인력은 올해 536명이며, 이 중 조사인력은 270여명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은 카르텔에만 초점을 둬 업무량이 우리나라보다 더 적음에도 불구하고 700~800명이 업무를 맡는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종흔 변협 재무이사는 “불법행위를 예방해 준법윤리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준법지원인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한 기업에 과징금을 감경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준법지원인제도 활성화는 변협 역점사업으로, 지난 6월 21일 권성동 의원이 관련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황 교수도 “평소 준법경영을 위해 노력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달리 대해야 한다”고 이에 동의를 표했다.

공정위에서도 위반 행위 예방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기업이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교육, 감독 등 내부준법시스템을 도입해 좋은 평가등급을 받으면 과징금을 감경해주고 있다.

김현 협회장은 “과징금 부과대상이 다양해지고 액수가 급증하고 있으나 공정성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준법지원인 선임기업에 과징금을 감경해주는 법안이 통과되고, 구체적인 과징금 산정기준이 정해져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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