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민주화에서 실질적 민주화로 변화되고 그 속도가 고도화됨에 따라 구속제도도 존재 그 자체에서 나아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수단적·역할적 측면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능적 측면의 합목적성과 효율성을 고려하여야 하고, 그렇다면 현재의 구속제도는 몇 가지 점에서는 부족하고, 또 몇 가지 점과 관련하여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 구속제도는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가. 그리고 투명성 부족으로 변호인의 변론권에 제약요소가 존재하지는 않는가(운영상의 투명성 문제). 둘째, 불구속수사원칙이 2007년 형사소송법에 신설된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에도 검찰의 불만이 여전한 것은 실제로 법원이 검찰의 수사권 약화를 의도하여서인가(불구속수사원칙의 작동원리와 이유). 셋째, 영장기각과 관련한 법원의 의도가 수사방해나 수사권 약화가 아니라면 형사소송법상 구속사유가 실무상 세밀한 기준으로 정립되어 있지 아니한 까닭이고, 그로 인하여 불필요한 의심을 받아온 것이 아닌가(구속기준의 미정립, 미공개 문제). 넷째 구속영장청구권한을 검사에게만 부여하고 있는 헌법 규정(제12조 제3항)이 경찰의 수사권을 위축시키고, 경찰 길들이기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볼 것인가(영장청구권의 독점과 남용 문제).

위 네 가지의 문제점 중 변호인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로 작용하는 것은 투명성 문제(첫째 문제)와 구속기준의 미정립·미공개(셋째 문제)로 보아야 한다. 투명성과 방어권 차원에서 제기할 수 있는 실무상의 구체적 의문은 다음과 같다. ‘미체포 피의자마저도 영장심문기일은 왜 그리 촉박하게 잡혔는가. 구속영장청구서 확보는 왜 그리 어려웠는가. 실제에서 영장청구서 이외의 수사서류를 열람·등사하여 변론에 사용할 수 있는가. 영장심문기일에 변호인의 역할은 왜 그토록 미미한 수준으로 보장된 것인가. 구속전피의자심문조서는 누구를 위하여 허술하게 작성되는가. 변호인에 대한 영장결과통보는 은혜적인 것인가. 발부에 따른 구속영장 등본과 기각에 따른 구속영장불허이유를 확보할 수 있는 제반여건이 마련되어 있는가. 구속의 재판에서 결정문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불복방법이 없는데, 이는 법원의 편의를 위한 것인가, 피의자를 위한 것인가, 검사의 수사기밀유지와 재영장청구를 위한 공익적 배려인가.’ 구속기준과 관련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구속기준이 정립되어 있다면 법원도 비교적 상세한 결정문을 작성하게 될 것이고, 오판단에 대해 불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재영장청구와 구속적부심사청구가 직접적 불복방법이 되겠는가. 이 제도는 법관의 전지전능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인가.’

법원과 검찰의 충돌문제(위 둘째 문제)와 검찰과 경찰의 갈등부분(위 넷째 문제)은 불구속수사원칙을 주요한 기준으로 해석상 해결될 수 있다. 무죄추정을 받는 피의자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지 말라는 점, 구속은 피의자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중대한 고통이란 점은 이미 헌법재판소에 의해 거듭 확인되었다. 그 결과 탄생한 원칙이 불구속수사원칙이고, 실현수단으로 경찰권에 대한 검찰권의 합리적 통제, 검찰권에 대한 법원의 합리적 통제를 두고 있음은 헌법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검찰제도가 본래의 모습인 지구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관청을 유지하는 한 검찰의 경찰영장반려를 비난할 수 없고, 법원이 인권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한 법원의 검찰영장불허에 문제를 제기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렇다면 위 네 가지 문제 중 두 가지는 해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기관 간의 불만이 있다 하여 지금처럼 언론을 통한 난타전을 벌여서는 아니 되고, 기관 상호간 이해와 소통을 토대로 법이 부여한 상대방의 권한을 존중하여야 한다. 애초에 기관 간의 상호견제를 통해 헌법이 꾀하고 있는 것은 바로 국민의 인권보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도적으로 종국적 해결을 돕는 방법도 있다. 구속제도 운영상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구체적 구속기준을 정립하여 공개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