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9일 찬바람이 세차게 부는 겨울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원안가결되는 장면을 지켜보았습니다. 당시 저는 한국공인회계사회 법무실장으로서 국회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세무사들이 추진한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폐지 법안’을 막아내지 못해 공인회계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인정하는 세무사법 제3조 제2호가 삭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전문자격사협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자격사들의 업무영역을 확장하고 기존 업무영역을 수호하는 것입니다. 특히나 기존에 많은 혜택을 누려왔던 변호사나 공인회계사와 같은 자격사의 경우에는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회에서 업무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입법의 제·개정을 추진하거나 타자격사 단체의 국회입법 제·개정에 대응하여 이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은 자격사단체에게 있어 생존과도 직결됩니다. 저는 그런 자격사단체들이 벌이는 국회에서의 입법전쟁을 지켜보며 국회활동을 하는 변호사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입법컨설팅이라는 영역은 변호사에게 있어 블루오션임이 분명합니다. 규제 법령 및 업무영역 다툼 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협회·단체 및 기업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전략 수립을 위하여 전문화된 입법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는 자격사는 변호사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소송의 기술은 정형화되어 있고 사법부의 시스템에 한정되어 있어 어떤 변호사도 자격만 있다면 손쉽게 할 수 있지만 국회에서의 입법 활동은 입법추진 업무 수행 경험과 입법관련 업무 종사자들과의 인맥을 통한 설득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입법추진, 불합리한 규제 법령의 제정 및 개정에 대한 대응, 법령유권해석 관련 업무, 국회입법과 행정입법 상황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통하여 의뢰인이 당면한 각종 행정규제 내용을 확인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해주는 것이 변호사의 입법컨설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법컨설팅이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드리자면 제가 수행하였던 입법활동 경력들이 하나의 예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변호사의 업무로서 진행한 저의 입법활동 경력을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자면, 먼저 협회 관련 입법활동입니다. 저는 한국공인회계사회 최초의 법무위원 출신이자 협회 업무를 주요수행 업무로 하는 변호사로서 세무사 대응, 비례책임제 도입 등의 안건으로 외부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정부·국회를 상대로 각종 보고서 작성·제출 및 실무진 접촉 등의 입법업무를 전담하여 추진한 경력이 있습니다. 또한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의 법률제개정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경영기술지도사들의 업역확장을 위한 국회활동을 통해 불합리한 제도 개선, 업무영역 확대 및 회원권익 보호를 위한 업무에 특화된 입법활동 수행경험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속한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2012년부터 지적재산권특별위원회, 세무업무대책특별위원회 위원 활동을 했고, 2013년 대한변호사협회 법조제도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행정규제에 대한 안목과 경력도 입법활동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 규제신문고 등에서 규제심사위원회 위원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각종 규제입법에 대한 심사 및 평가 경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2015년부터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법제위원으로서 주로 행정법과 상법 관련 많은 법안을 검토한 경험들은 입법활동을 위한 소중한 학습의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와 함께 공공기관이나 국가, 지자체 입법관련 활동 경력으로는 2014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추진한 3D프린팅 발전법의 법률제정위원으로서 초안 작성을 담당했었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 공유제도개선기획단의 법률제정위원으로서 활동하였고, 국회 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의 요청에 따른 법률자문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입법활동을 하다 보니 당장 제가 속한 대한변호사협회 앞에 놓인 피해갈 수 없는 많은 숙제를 해결할 곳은 결국 국회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고, 저는 변협 직선제 협회장이 당선되기 이전부터 협회의 국회활동이 필요함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습니다.

변호사로 구성된 대한변호사협회도 직역수호를 위한 입법활동에 있어서는 예외일수 없습니다. 논리로 무장하고 부지런히 설득작업을 해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세무사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한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의 역사적인 회동도 제가 주선하여 이루어졌습니다. 세무사들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을 해야 하고, 협력하지 못하면 세무사들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서로 인지했으면 하는 취지였습니다.

사실 2003년에도 세무사의 자동자격 부여폐지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여 법사위까지 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두 단체를 대상으로 공격을 벌였던 세무사회는 결국 법사위의 변호사 자격을 가진 국회의원들에 의해 자신들의 목표가 좌절되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2011년 다시금 전쟁준비를 갖춘 세무사회는 변호사는 제외하고 공인회계사만을 상대로 자동자격 부여폐지 법안을 추진하여 단숨에 통과시키고 맙니다. 논리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공인회계사법에 세무대리 업무가 포함되어 있으니 공인회계사에게 세무사자격을 중첩적으로 줄 필요가 없고, 공인회계사라는 자격증으로 세무대리 업무를 하라는 것입니다. 기재위 및 법사위를 통과하고 본회의에서 원안가결이 되는데 불과 두달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세무사법 제3조 제3호에는 ‘변호사’라는 단어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고급세법을 배우는 공인회계사들도 삭제된 마당에 세법을 시험과목으로 배우지도 않는 변호사들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도록 그냥 둘리 만무합니다.

현재 안으로는 변호사 수 증가라는 내우와 밖으로는 세무사들, 변리사들의 끝없는 도전이라는 외환을 겪고 있는 변호사들에게 앞으로 국회를 무대로 한 입법컨설팅업무가 주는 의미는 생존을 위해서도, 생업을 위해서도 매우 크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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