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어진 금융기관인 투자신탁회사(이하 ‘투신사’)가 수익률을 약정하고 자금을 예치 받았으나 만기에 이행하지 못하여 다툼이 생겼다. 확정 금리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교부하며 기관에서 거액을 예치하였다. 만기에 약정하였던 수익률로 지급해 왔는데, 금융시장의 경색으로 불가능해졌다. 만기가 도래하면서 순차적으로 약정금청구 소송이 전국에 걸쳐 제기되었으며, 수도권 법원에서는 이미 약정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선고하고 있었다.

기관이 투신사를 상대로 예치금청구를 하였다(①사건). 그 기관은 거액의 자금을 매년 만기가 도래하면 각 투신사에게 몇 %의 확정금리를 보장하는지 물어 최고의 금리로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투신사에게 수년간 자금을 예치하여 왔었다. 약정이 유효하다는 판결이 확정된 것도 있어서 별다른 문제없이 쉽게 승소할 것으로 보였다. 소장을 접수하고 변론 진행 중에 변수가 발생하였다. 소속 법무법인의 사정상 다른 투신사가 제소된 다른 법원 사건(②사건)도 수임하여서 함께 수행하게 되었다. 사실상 동일한 사안에 대해 관할 법원과 당사자가 다르지만 이해가 상반되는 당사자를 동시에 변론하는 처지가 되었다. ①사건의 담당 직원은 비록 다른 법원 사건이지만 반대 논리로 소송을 수행하게 될 나를 복잡 미묘한 심정으로 예의 주시하였다.

담당자가 ②사건의 자금 예치에 대해 설명했다. 고객은 예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증권을 매수하여 만기에 환매하는, 투신사가 판매하는 실적배당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어서 수익률 보장은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수익률을 약정하고 자금 유치를 한 직원의 불법행위로 투신사가 사용자책임을 부담하지만 약정은 무효라는 것이다. 불법행위책임으로 가면 과실상계로 투신사로서는 의미가 있었다. 당시 증권거래법에 의한 부당권유행위 금지 위반 등 여러 주장을 나름 정리했다. 검토할수록 투신사의 주장이 법률상 타당했다. 원고는 금융기관인 신용금고로 약정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문제는 ①사건이었다. 난감하였지만 어떻게든 길을 찾을 수밖에. 약정을 수년간 계속하였던 점에 착안하였다. 확신은 없었지만 수익률 보장 약정은 계속적 거래관계로 유효하다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원고 승소의 판결을 받았다. 투신사가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은 의뢰받지 못하였지만 다행이었다. 항소심에서 결론이 바뀌었으니.

기대했던 ②사건에서 수익률 약정은 무효이나 투신사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됐다. 얼마 후 법률신문에 서울민사지법에서 투신사의 수익률 약정이 무효라는 판결이 최초로 선고됐다며 판결전문이 게재됐다. 살펴보니 선고일이 ②사건보다 1주일 후였다. 그래서 법률신문에 전국 최초의 판결은 이것이라며 팩스로 보냈더니 전문을 게재해 주었다. 수익률 보장 약정이 무효라는 법리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투신사의 확약서에 대해 상반된 지위의 당사자를 함께 변론하여 1심에서 양쪽 모두 승소하였던 진기한 경험이었다. 변호사는 보통 결과 예측이 애매한 사건을 수임한다. 그럴수록 직접 상담을 통하여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어떤 주장으로 이끌 것인지 거듭 가다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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