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헌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헌법재판소 창립 29주년을 맞아 국민과 소통하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셨는데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610항쟁과 민주화운동의 산물로 탄생한 헌법재판소가 어느덧 29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올해는 ‘당신을 지키는 착한 헌법, 헌법을 지키는 착한 당신’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봉사와 나눔의 의미를 새기고, 일반 국민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헌재구성원들이 학생들을 만나 미래를 설계하는 휴먼 라이브러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하우스 콘서트, 재판소 주요결정과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사법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헌법재판소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헌법재판소는 중앙일보사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이 2년 주기로 시행하는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10년 이상 1위를 차지한 바 있으나 이에 안주하지 않고 개혁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헌법재판소에서 다루는 사건은 다수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바탕으로 늘 깨어 있는 상태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꾸준히 진력하는 것만이 지금의 고양된 신뢰를 유지하는 길이고 나아가 더 큰 신뢰를 획득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 상설사무국 설치를 제안하고 2016년 8월 상설연구사무국을 서울에 유치하였습니다. 상설연구사무국 역할과 비전은 무엇인지요?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AACC)은 2010년 창설된 아시아지역 헌법재판기관 협의체로서 우리나라와 터키, 인도네시아 등 16개국 헌법재판기관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습니다.

상설사무국은 연구사무국과 행정사무국이 있는데 그 중 연구사무국을 서울에 유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설연구사무국은 각 회원기관과의 공동연구 활동을 기획·추진하고, 판례 및 제도 등을 조사하며, 각국 헌법재판관 및 연구관을 대상으로 국제회의 및 세미나를 주관하는 등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발전, 그리고 아시아인의 인권 보호에 보다 효율적으로 기여할 것입니다.

상설연구사무국 운영은 향후 아시아지역인권재판소 설치가 현실화될 경우 재판소를 국내에 유치하는 데 있어서도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헌법개정 논의와 관련하여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번 개헌 논의에서는 분권과 협치를 지향하는 권력구조 개편은 물론 기본권 규정도 좀 더 정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헌재와 관련한 사항으로는, 재판소장 및 재판관의 공백을 방지하여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재판관의 자격 요건을 완화함으로서 헌법재판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논의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위상에 비추어 대법원장이 3인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도록 한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변형결정에 관한 문제 등 헌재와 대법원 사이의 권한범위에 관하여 갈등이 있는 사항이 몇 가지 있는데, 헌법이나 법률에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여 사법신뢰를 회복하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장 장기공백상태입니다. 처장님은 국회임명동의안 인준 부결의 책임을 느껴 사무처장직 사의를 표명하셨는데요.

이번에 헌재소장 인준이 부결된 것은 그동안 반년 이상 권한대행 체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노력해 온 헌재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따라서 책임 유무를 떠나 사무처장으로서 도의적이나마 책임을 느끼는 자세가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소장 장기 공백사태로 초래된 헌재의 침체된 분위기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국면전환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저의 책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 사무처에서 청문회 등을 준비하였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요?

금년 들어 세번의 인사청문회를 준비하였습니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가 공직 수행에 적합한 자질과 역량을 갖추었는지 확인하고 정책의 방향을 묻고 답하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인사청문회가 지나치게 후보자의 개인 신상에 대한 검증 위주로 흘러가고 있고 과도하게 많은 자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었고,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법관시절 분쟁 해결을 위해 당사자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한 후 결론을 내려 승복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시고,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계실 때는 최고의 조정성공률을 기록하셨는데요, 분쟁해결을 위한 특별한 비법이 있으신지요?

법관들에게 잘 알려진 사항입니다만, 첫째, 사전에 충분히 기록을 검토하여 사건을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분쟁의 해결을 위하여 당사자를 잘 설득할 수 있는 테크닉을 평소에 길러두어야 합니다. 또한 조정을 포함한 재판에 임하여서 단순히 사건을 ‘처리’한다는 자세가 아니라 사건을 ‘해결’한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법관이 사건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임하면 조정성공률은 저절로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사소한 테크닉을 예를 들면, 조정위원의 조정의 경우 조정위원에 대한 별다른 소개 없이 조정을 시작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법관 또는 다른 조정위원이 당사자에게 당해 조정위원이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설명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조정위원의 사회적 덕망과 전문가로서의 학식은 당사자에게 조정위원에 대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조정 결과에 대한 신뢰감을 배가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사소하지만 조정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봉사활동과 기부활동을 많이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내놓고 말할 만한 것은 못됩니다. 다만 서울가정법원장 재직 시 직무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비행 청소년들과 이후까지 소통하며 따뜻하게 보살피는 젊은 판사들을 보면서 헌신과 희생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불화를 겪는 가정에 내미는 작지만 따뜻한 손길이 각 가정에는 행복을,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는 안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이라 확신하였습니다.

그 후 그 생각을 모아 계명 형식으로 ‘가사소년법관 18조’를 만들어 소속 법관들이 숙지하도록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가정의 평화와 불우한 청소년들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제가 할 도리가 무엇인지 꾸준히 찾아보며 그에 도움이 되는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주요 약력

▶사법시험 제20회, 연수원 11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수석부장판사
▶전,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전, 서울가정법원 법원장
▶전, 광주고등법원 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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