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외채 협상의 고비고비 마다 막전막후에서 크게 활약했다”

20년 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외채협상단 고문을 맡았던 어느 외국 변호사에 대한 고 김영삼 대통령의 평가이다. 당시 그 외국 변호사는 정말 한국과 한국인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위기에 빠진 한국 정부와 어리숙한 한국 대표단에게 외국 채권단과의 협상에서의 전략을 코치하고 다양한 노하우를 제공하여, 능수능란한 전술을 구사하는 외국 은행들로부터 수백억 달러의 단기외채를 유예 받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그 공로로 그는 수교훈장 흥인장(2등급) 받았다.

혹자는 말한다. IMF 경제위기 당시 그 외국 변호사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그를 만난 것은 행운인 것이라 생각한다. 백척간두의 환란에 그와 같은 유능한 외국 변호사를 만나지 못했다면 다른 나라들처럼 모라토리엄이나 디폴트 선언을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당시 한국정부와 한국 대표단이 오죽 무능하고 못났으면, 해방 이후 최악의 국난이라는 IMF의 엄중한 시기에 제대로 된 협상전략조차 세우지 못하여 외국의 민간인에게 협상전략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그에게 국가의 명운을 걸었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라는 말이 있다. 작심삼일(作心三日), 조령모개(朝令暮改), 조변석개(朝變夕改)와 비슷한 의미로 ‘우리나라에서 한번 시작한 일이 오래 계속되어 가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이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하여 옛 일화가 있다. 임진왜란(壬辰倭亂)의 위기의 순간 당시 도체찰사(都體察使)로 있었던 류성룡이 각 고을에 발송할 공문을 하급관리에게 전달했는데 하루 뒤 뒤늦게 수정할 부분이 생겼다. 이에 류성룡이 난감해 하는 순간 그 하급관리가 공문을 아직 하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괘씸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 따져 묻자 그 하급관리가 “고려공사삼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문이 고쳐질 것이라는 생각해 사흘을 기다린 후에 내려 보내려 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얼마 전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이 “로스쿨 흔들기가 아닌 안정화에 힘써 달라”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로스쿨 제도가 시작된 지 이제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양질의 법조인 양성을 위해 다양한 논의는 환영하지만,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로스쿨 제도의 근본 취지를 흔들어대는 것을 지양하는 것이 고려공사삼일이라는 우를 범하지 않는 길이다. 더불어 로스쿨 제도의 근본 취지를 곱씹어보면 위와 같은 IMF 외환위기와 같은 순간 외국 변호사를 고용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하며 훈장까지 주었던 것에 대한 반성적 고려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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