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최대 과제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베일이 벗겨졌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지난 19일 ‘국민의 여망이 담긴 일’이라며 내놓은 공수처 설립 권고안 얘기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공수처 권고안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역시 엄청난 규모였다. 검사 50명과 수사관 70명 등 수사 인원만 최대 120명을 둘 수 있는 규모에 즉각 ‘슈퍼 공수처’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기자간담회장에서 규모보다 더욱 주목받은 것은 ‘우선 관할권’이라는 조항이었다. 개혁위는 고위 공직자 범죄를 검찰도 수사할 수 있으며, 검찰은 관련범죄를 인지하면 즉각 공수처에 통지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검찰로부터 고위 공직자 범죄를 통지받은 공수처장이 수사를 검찰에서 할 것인지 공수처가 이첩받을지를 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구속영장 청구 단계 등 수사가 충분히 무르익은 상황에선 검찰이 계속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가 무르익었는지, 또는 공수처가 이첩받아야 하는지는 공수처장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운용의 묘’를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간담회에서 이 운용의 묘라는 말을 들었을때 최근들어 자주 인용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표현을 떠올렸다. 겉보기엔 단순해보이지만 실상 복잡하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을때 쓰는 표현이다.

그간 검찰은 디테일 속 숨은 악마로 인해 많은 오해를 샀다. 제식구 감싸주기라는 의심을 받았고, 정권눈치 보는 수사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검찰이 이같은 잘못을 저질렀는지 여부를 떠나서 검찰은 ‘그런 권한이 있다’는 이유로 오해를 사고 비난을 받아왔다.

공수처는 이런 검찰의 문제점을 불식시키기 위해 설립되는 기관이다. 그런 공수처가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운용의 묘’라는 단어에 의지하면 공수처는 검찰과 같은 오해를 다시 받기 쉽다. 상상도 하기 싫지만 누군가는 “실체적 진실에 거의 다 다가왔는데 공수처장이 수사를 가져갔다”고 주장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공수처장이 수사여부를 빨리 결정해주지 않아 수사에 손을 못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게이트’형태로 번지기 쉬운 고위 공직자 수사에서 이런 논란은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다행인 것은 공수처 설치법은 국회가 최종 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국회의 치열한 논의와 심사숙고를 통해 이 ‘운용의 묘’라는 표현은 구체적인 기준으로 바뀔 여지가 있다.

원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은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에서 파생됐다고 한다. 신이 창조한 세상 속에서 세밀한 부분을 들여다보면 큰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법무부와 국회가 ‘국민의 여망이 담긴’ 공수처 법안에서 신의 한수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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