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예능의 출연진은 왜 모두 남자일까’. 한동안 이 주제는 SNS를 뜨겁게 했다. 이에 대해 “예능프로그램의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남성이라는 사실이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라는 의견부터, “그러고 보니 비정상회담, 알쓸신잡, 냉장고를 부탁해 등과 같은 예능프로의 주인공은 모두 남자들뿐이네”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미디어 내 성평등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실제 수치로 살펴본 미디어 내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방송 산업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93.9%, 기자 76.1%, 피디 64.3%이고, 정규직 남성의 비율은 공영방송 73.5%, 민영방송 64.3%, 종편·보도채널 61.5%로 압도적이다. 뉴스에서도 남성의 과대대표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남성 앵커는 정치 71.8%, 사회 59.6%를 담당하며 40대~50대에도 왕성한 활동이 가능하나, 여성앵커는 주로 생활·문화·연예를 담당하며 40대 이상이 되면 뉴스 프로그램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다. 또한 우리는 방송에서 ‘즐거움’을 이유로 너무도 쉽게 여성을 비하하고 남녀관계를 위계화하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가사와 육아는 모두 여성의 몫이고, 여성은 남성을 보좌하는 ‘막내’ 정도로 소비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들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위와 같은 역할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다.

이와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하여 우리는 ‘양성평등기본법’에서 대중매체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편견·비하·폭력적 내용이 개선되도록 지원하고 대중매체를 통한 양성평등 의식 확산을 위한 규정을 두었으며, ‘방송법’ 및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양성평등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여 두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양성평등 방송프로그램 제작안내서’를 제작하여 배포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내 성평등 실현을 위한 실효적인 방안의 필요성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해외 각국에서도 우리와 같은 논의가 계속되어왔다. 이에 따라 각국에서는 관련 법제는 물론, 호주의 국무총리실 내 여성지위국의 ‘Fair Exposure Guideline’·영국 BBC의 ‘프로듀서를 위한 지침서’·캐나다 방송협회의 ‘성역할 묘사가이드라인’ 등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통하여 차별적인 표현을 금지하고, 프로그램에 남녀 양성을 균형적으로 포함하며, 공공문제에 대한 여성의 의견을 충분히 구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미디어 내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먼저, 관련 법률에 ‘방송사업자에 대한 성인지교육’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고 성별영향분석평가의 대상을 공영방송 등으로 확대함으로써, 프로그램 제작 당시부터 성평등에 관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이를 통하여 미디어 내 성평등이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종 가이드라인의 제·개정을 통하여 현업 종사자들이 실제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해두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하여 미디어 내 성평등 실현은 물론, 종국에는 우리 사회의 성평등 실현도 함께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