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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8년 전 데자뷔, 소년법 폐지 여론
강현석 MBN 기자  |  diskyb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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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호] 승인 2017.09.18  10: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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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매년 느긋하게 진행되던 서울고등법원·재경법원 국정감사장은 불난 호떡집이 됐다. 이른바 ‘조두순 사건’의 양형이 솜방망이였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진 것이다. 선고를 한 안산지원의 상급기관이라는 이유로 불려나온 수원지방법원장은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당했다. 선고를 직접 하지도 않은 수원법원장이 뭘 알겠냐만, 어찌됐건 한명이 독박을 쓴 덕분에, 예상답변만 산더미처럼 준비한 다른 법원장들은 해피(?)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뒤 상황은 아는 대로다. 인터넷 청원이 빗발쳤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항의 글이 이어졌다. 유기징역의 상한이 두배가 됐고 아동청소년 강간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졌다. 화학적 거세가 논란 끝에 도입됐고,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주장은 옛 이야기가 됐다. 하지만 그 뒤로 딱히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8년 뒤, 이번에는 소년법 폐지가 화두다. 논의 과정은 2009년과 놀랍도록 판박이다. 폭행 장면이 영상으로 전국에 알려지면서 소년법 폐지 인터넷 청원에 수십만명이 몰렸다. ‘소년법 폐지는 불가’라는 법무부장관의 발언에는 벌떼 같은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역시 폐지 반대론을 펼친 야당의 한 최고위원은 그야말로 ‘국민 밉상’이 됐다.

뭐만 터지면 형량을 올리자, 법을 폐지하자는 식의 주장이 인터넷을 휩쓴다. 쉽고 명쾌하다. 욕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해야 통쾌할 것이다. 심지어 비용도 들지 않는다. 범죄예방 효과가 없으니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사람들은 ‘네 자식이 당해도 그런 말을 할 것이냐’는 한 마디로 입을 다물게 된다.

소년법을 없애고 형량을 올려도 이번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처럼 끔찍한 일은 언젠가 다시 벌어질 것이다. 사실 지금도 벌어진다. 언론 보도만 되지 않았을 뿐이지, 지금도 형사합의부에는 ‘어떻게 사람이’란 반응이 절로 나오는, 치를 떨 범죄가 매일같이 올라온다. 이런 흉포한 범죄가 보도될 때마다 법을 바꾸고 형량을 올릴 것인지. 아무리 법감정이란 것이 중요하다 한들 거기에도 적절한 한계란 것이 있다.

소년법을 다소 개정해야한다는 필요성은 분명히 공감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 ‘폐지’를 말하는 여론은 즉흥적인 감정의 표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아동청소년 성범죄나 이번처럼 죄질이 불량한 소년범죄를 근본적으로 줄여나가려면 돈이 들어간다. 머리 아플 정도의 복잡한 대책을 짜내야 한다.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무엇보다 ‘악인을 엄벌한다’는 즉각적인 카타르시스도 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기분이 좋다고 진통제만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산 여중생 사건 가해자는 ‘심해?’ ‘(감옥)들어갈꺼같아?’라고 친구에게 물었다. 아예 개념이 없는 얼빠진 수준의 가해자를 보고 소년법을 없앨 수는 없는 법이다. 이런 개념 없는 가해자가 또 다시 나오지 않게 만드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더 중요한 상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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