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속 영장 발부 여부를 두고 검찰과 법원이 다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 사건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카이) 방산비리 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발단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 말 중앙지법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국민 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수사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법원의 영장 판단 잣대가 달라 법원이 객관적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인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장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이 섞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박한다. 영장기각 책임을 법원에 떠넘겨 법원을 압박하려는 언론플레이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영장 발부 여부를 두고 검찰과 법원이 다투는 양상을 보인 것은 오래된 일이다. 대표적으로 2006년 11월 론스타 코리아 대표나 2007년 9월 신정아씨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이미 검찰과 법원이 격렬하게 부딪힌 바 있다. 그러고 보면 다툼이 일어나는 건 모두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발부되지 않고 기각된 경우이다.

그런데 법치주의 사회에서 영장 발부 여부를 두고 검찰이 법원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법치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때는 의회가 제정한 법률로 해야 하고, 행정은 법률을 전제로 그에 따라 행해져야 하며, 재판도 법률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치주의는 어떤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잡든, 어떤 검찰이 수사를 하든, 어떤 사법부 판사가 사건을 담당하든 동일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작동할 수 없다.

법이 정한 구속영장 발부 기준의 핵심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판단함에 있어 범죄의 중대성도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법은 피의자 구속의 신중을 기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제출한 자료만을 기준으로 구속 여부를 심사하지 않고 구속 전 판사가 피의자를 대면하여 심문한 후 구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영장 발부 사유가 있음을 법원에 소명해야 한다.

그러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중점을 두는 검찰과 불구속수사원칙과 공판중심주의에 중점을 두는 법원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은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지탄을 받는 사건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이런 저런 비판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비슷한 사건을 두고 영장이 발부되기도 하고, 기각되기도 하면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에 대한 의혹이 커질 수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일은, 검찰이 영장 발부 사유를 ‘법원’에 ‘소명’하지 않고 ‘언론이나 여론’에 ‘주장하거나 호소’하는 것으로 비춰져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구속은 처벌의 수단이 아니라 강제수사의 일환임이 명백히 인식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는지, 어떤 검찰이 수사를 하는지, 어떤 판사가 재판을 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한 한국은 아직 법치주의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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