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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변카페]나 자신을 객관화하기
박선영 변호사  |  aazaa84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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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호] 승인 2017.09.18  10: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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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하든지 초심을 잃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난 가끔씩 왜 변호사가 되려고 했는지 생각해본다. 사회정의라는 거창한 목적보다는 어려운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착한 변호사’가 되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사건을 수행하다 지나치게 당사자에 공감하고 같이 흥분하다 오히려 내 자신이 더 황폐해지는 경험을 하며 무엇이 문제인가 생각해 봤다. 우리가 어린 시절 읽던 동화책의 주인공은 ‘가난한 서민’이었고 누구보다도 ‘착한 피해자’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난하기에 선하고 착하기에 피해자가 아닌 사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상담을 하다 보면 어려움을 호소하고 딱한 사정들을 이야기하며 상대방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에 몰입되고 감정이입이 되어 열심히 다투고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미 당사자들끼리 화해하고 있는데 나홀로 동떨어져 열심히 싸우고 있는 바보같은 모습을 발견하거나, 내가 착하고 선하다고 믿었던 가난한 의뢰인이 실은 더 나쁜 사람이고 부자인 상대방에게 떼를 쓰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싸웠나 하는 자괴감이 들곤 한다. 결과에 상관없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 의뢰인도 날 인정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그렇게 친근했던 의뢰인도 싸늘한 시선을 주곤 한다.

선배 변호사들은 가장 무서운 적이 의뢰인이라고 한다. 나와 같이 호흡을 맞추고 가장 소통해야 할 사람이 가장 무서운 상대방이라니 얼핏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그렇다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아픔에 공감하는 변호사가 되자는 나의 초심을 버릴 생각은 없다. 분노와 슬픔, 억울함에 흥분한 의뢰인을 감싸안고 그들이 가장 정의롭고 당연해야할 결과를 받아들이도록 도와줄 것이다. 전문가로서 같이 흥분하기 보다 그들의 말을 잘 듣고 해야 할 역할을 하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좌충우돌에서 이제는 우왕좌왕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꿋꿋하고 당당하게 길을 가는 변호사가 되어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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