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비리학사관리 부실에도 별다른 제재 없어 … 미국은 협회서 인준 여부 결정
법전원 주무부서, 변협 또는 법무부로 이관해 법조계 실상 반영하자는 주장 나와

법학전문대학원 평가를 앞두고 변협이 쓴소리를 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 평가기준을 보다 내실있게 마련하고, 더욱 엄격한 잣대로 법전원을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제2주기 법전원 평가는 10월부터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에서 서면평가, 현지평가를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김현 협회장은 “법전원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훌륭한 법률 실무가 양성도 할 수 있다”면서 “이는 법률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져 법조계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만약 법전원을 평가해서 문제가 있다면 입학 정원을 축소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전원 도입 초기인 만큼 법전원 평가기준도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법전원 평가기준 중 하나인 입학전형에 관해서는 입학비리라는 큰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법전원 입학전형 채점기준은 아직도 베일에 싸여있다. 지난해 7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채점기준 정보공개 의무이행심판 등이 제기돼, 같은해 12월 26일 인용재결이 났다. 이에 따른 교육부 요구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부산대 법전원은 아직도 입학전형에서 사용된 실제 채점기준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평가기준에 로스쿨 인준을 결정하는 인정위원회 및 기관에서 요구하는 정보를 로스쿨이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부 법전원은 입학 시 나이를 점수화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법전원 입학을 준비 중인 A씨는 “30대부터는 법전원 입학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면서 “각기 다른 학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이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해 인적 자원을 넓히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전원이 정작 경험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뽑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진태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입학생 중 30세 이하는 82.4%다. 30대 이상은 10명 중 2명도 되지 않는 셈이다. 특히 서울대 법전원은 30세 이하 입학생이 97.8%, 고려대 법전원은 99.5%, 연세대 법전원은 96.2%로 30대 입학생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법전원 출신 A 변호사는 “법전원이 지닌 가장 큰 문제는 입학과정에서 투명성이 완전히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엄격하고 공정한 평가기준 정립과 더불어 실질적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회 소속 B 변호사도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시험은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법전원에 합격한 학생의 법학적성시험 평균점수, 출신대학교, 나이, 경력 등을 공시함으로써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다.

문제가 있는 법전원에 별다른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전수조사에서 입학비리 문제가 드러난 법전원에 대한 제재는 경고주의 조치만으로 그쳤다. 그뿐만 아니라 학사관리가 부실하고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극히 저조하더라도 불이익은 전혀 없다. 지난 5일 교육부는 전국 25개 법전원을 3그룹으로 나눠 3년에 한번꼴로 입학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결과에 따른 제재 여부 등은 미지수다.

미국은 다양한 기준에 따라 법전원을 평가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인준이 취소되기도 한다. 미국 대부분 주에서는 미국변호사협회(American Bar Asso- ciation; ABA)가 인준한 법전원을 졸업한 학생만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으므로 인준을 받지 못 하는 법전원은 큰 불이익을 얻는 셈이다. 현재 ABA가 인준한 미국 법전원은 총 205개다.

변협은 평가기준을 보다 엄격히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법전원 인준 기준(좌측 표 참고) 항목은 53개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 평가기준 항목은 18개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중시하는 다양성, 기회의 평등과 같은 기준은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법전원 관리 주무부서를 교육부에서 변협 또는 법무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전원 출신 B 변호사는 “법전원 교육에서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법률 실무가 배출에 적절한지 여부”라면서 “실제로 법률 실무가를 양성해야 하는 기관을 관리하려면 교육부보다는 현실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잘 알고 있는 변협이나 법무부가 더욱 적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법전원 평가기준 승인을 교육부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학계 입장에만 부합하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 하는 평가기준이 나오는 경향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법전원 운영 방향 결정을 위한 위원회에 법조계 대다수를 차지하는 변호사가 의견을 전하기 힘든 구조도 문제로 제기된다. 변협은 법전원 평가를 담당하는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결정하는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에 법조계 실상을 전할 수 있도록 해당 위원회에 변호사 위원을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 개정안 입법에 힘쓰기도 했다.

변협은 법률서비스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현 협회장은 “법전원 결원보충제를 폐지하고 입학정원을 1500명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000명으로 축소하는 등 법조인력 양적 확대보다 질적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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