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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나침반]법관의 독립인가? 법관의 책임인가?
황도수 건국대 교수·변호사  |  dshhhh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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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호] 승인 2017.09.11  10: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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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법권 독립의 내용은 사법부의 독립, 법관의 인적 독립, 물적 독립으로 설명된다. 입법부, 행정부에 대응하여 법원이 독립되어야 하고(법원의 독립), 재판권 행사기관을 구성하는 법관이 신분적으로 보장을 받으며(인적 독립), 그 법관이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도록 독립시켜야 한다(물적 독립)는 것이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법권 독립의 ‘내용’과 그 ‘제도적 구현방법’은 구분해야 한다. 사법권 독립의 내용은 그 의미 그대로 사법권이 독립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 헌법이 모든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그 국가권력 중 사법권에 대하여 특별히 독립성에 헌법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사법권을 행사하는 기관이 ‘법’ 이외의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될 때에 비로소 지위의 고하, 재산의 유무에 관계없이 특정 국민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하여 공정하게 재판할 수 있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법권 독립의 주체는 사법권을 직접 행사하는 ‘개개 재판기관(합의부, 단독판사)’일 뿐이다. 의회, 정부에 대응되는 개념으로써의 법원의 독립이나, 재판기관을 구성하는 법관의 독립은 사법권 독립의 본질적 내용으로 볼 수 없다. 그것은 사법권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내지 수단적 가치에 불과한 것이다. 이들 제도는 그 자체로서 헌법적 보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법권의 독립성에 기여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3조는 사법권 독립의 내용(법관의 물적 독립)을 정하는 규정이 아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이 사법권 독립을 위해서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 것인지를 규율하는 법관의 책임제도를 정하는 규정이다. ‘법’ 이외의 다른 판단기준으로 재판해서는 안 된다는, 법과 양심에만 따를 것이지 그 밖의 다른 요소, 세력, 자신의 이해관계로부터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하명조항이다.

만일 헌법 제103조를 법관의 독립 그 자체를 보장하는 조항으로 본다면, 법관은 그 자체로서 법과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하는 신성한 존재로 추앙받게 된다. 자칫 법관은 스스로 독립성을 보장받은 특권계층으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존재라는 착각 내지 오해에 빠질 수 있게 된다.

헌법 제103조를 법관의 책임조항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관이 때로 재판권 행사에 있어서 실수할 수도 있고, 사회적 외압이나 개인적 욕망 등으로 재판을 그르칠 수 있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그러한 현실의 위험 앞에서 독립적으로 재판권을 공정하게 행사할 법관의 의무를 헌법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오늘날 국민주권 헌법질서 속에서 법관은 그 자체로서 신성한 존재가 될 수 없다. 법관은 ‘국민을 대표’하는 공무원이고, 국민에 대하여 공무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함으로써 국민에게 봉사할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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