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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회_해시태그]괜히 파산한 사람들
정이수 변호사·경기북부회  |  lawyerj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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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호] 승인 2017.09.11  10: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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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 죽겠는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정부 정책으로 채무를 전부 면제해주는 개인파산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네. 들어봤습니다(저는 의정부지방법원 개인파산관재인이니까요).” “제도가 아주 간단하게 바뀌어서 정부에서 무료로 지원을 해드리고…(생략).” “구조공단이신가요?” 전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이 전화를 계속 생각나게 하는 사건들이 있었다. 파산관재 업무를 하다보면 안타까운 채무자들을 보게 된다. 신청 단계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파산을 신청한 사람들 말이다.

이 채무자들은 도산제도에 대해 ‘돈만 지급하면 빚이 전부 탕감되는 제도’로 알고 있다. 파산선고의 효과나 면책불허가 사유에 대한 안내는 받지 못하였다. 듣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왜 그들이 안내를 받지 못하였다고 확신하느냐면, 그 안내를 제대로 받았더라면 파산을 신청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간혹 나이나 건강 상태, 재산, 소득활동, 채무 발생 시기, 가족의 부양능력 등에 비추어서 변제 자력이 도저히 없다고 참작되는 경우에는 1000만원 미만의 소액의 채무에도 파산선고가 내려진다.

그런데 조사하다 보면 가족 명의로 은닉한 재산(보통 보험해약환급금이나 임대차보증금이 많이 발견된다), 본인 명의로 파산선고 전까지 축적한 재산이 채무액을 상회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결국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이기 때문에 현금으로 환가되어 파산재단에 편입된다. 법상 보호 범위에 약간의 재량을 더하여 일부는 환가에서 제외되기도 하지만 그 채무자가 신청대리 사무실에 지급한 수임료, 예납금, 여러 복잡한 서류를 떼러 다닌 수고, 법원과 관재인 사무실에 출석하는 부담 등을 감안하면 결국 채무자는 파산신청을 하지 않고 채권자에게 변제한 경우보다 손해를 보게 된다. 게다가 면책을 받아 복권되더라도 금융기관에서는 상당기간 일부 거래를 제한하기도 한다.

간혹 이러한 사실을 알고 면책을 취하하거나 면책불허가로 끝나서 파산선고의 불이익만 입는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불상사다. 도리어 관재인에게 따진다. “그러면 제가 파산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이다.

그러면 나는 설명해준다. “네. 채권자와 협의했다면 더 작은 금액으로도 가능했을 겁니다. 그래서 채권자와 채무조정을 먼저 해보고, 안되면 신용회복위원회에 가고, 안되면 개인회생을 고려하고, 요건이 안 되면 마지막에 파산을 고려해야 하는 겁니다. 그걸 법률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들으셨어야 하는 겁니다.”

더 이상 나는 이 사람들을 나무랄 수가 없다. 이왕 파산선고 받은 마당에는 면책을 받는 것이 최선책이기 때문에, 적절한 선을 찾아서 환가를 완료하고 면책의견으로 종결시킨다.

어떤 채무자는 아주 오래된 빚인데 채권자 추심이 없어서 평온하게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채권양수인으로부터 추심을 받고서 당황해서 이곳저곳에 전화해보다가 바로 파산을 권유받고 파산을 신청했다. 평온했던 삶은 파산자의 삶이 되었다. 그리고 재산이 환가되었다. 채권자와 조정했더라도 내가 환가한 금액과 비슷했을 것 같다. 괜히 파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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