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때문에 성적이 안 나온 것 같아.” “답은 아는데 손이 느려서 못 썼었잖아.”

로스쿨 생활을 하며 들어봤던 말이다. 이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학생들은 글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확실하다.

실례로 몇몇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에서 손해를 볼까봐 고시용 글씨교정 책을 사서 손 글씨 연습을 한다. 이러한 학생들의 걱정은 괜한 걱정은 아닌 듯하다. 교수님들도 사람인지라 악필인 학생들의 답안지를 채점할 때면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컴퓨터로 이루어지는 시대에 이러한 스트레스가 과연 필요한 스트레스인지 의문스럽다. 실무에서 작성되는 서류는 모두 컴퓨터로 작성되고 있다. 따라서 변호사시험을 현재 수기방식에서 컴퓨터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럴 경우 발생하는 이점은 두 가지이다.

우선, 학생들을 오로지 ‘법학 실력’만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채점하는 교수님들도 사람인지라 읽기 어려운 글씨를 채점하다보면 안 좋은 인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알게 모르게 평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컴퓨터로 답안을 작성하면 이러한 우려는 해소된다. 컴퓨터에 의해 모든 답안이 똑같은 글씨체로 작성되기 때문이다.

또한 컴퓨터로 답안을 작성할 경우 학생들의 답안이 글씨 속도에 좌우되지 않는다. 현재의 시험형태에서는 글씨가 느린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답안을 깊게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며, 동일 시간에 많은 양을 쓰기도 어렵다. 이처럼 컴퓨터로 보는 시험은 제3의 외부요인을 배제시키고 학생들의 답안을 오로지 법학 실력에 따라 평가할 수 있게 한다.

컴퓨터로 시험을 볼 때 생기는 두 번째 이점은 바로 실무에 맞는 교육이다. 현재 실무에서 작성되는 소장, 답변서 등은 모두 컴퓨터로 작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 워드 프로그램을 통한 법률문서 작성법은 변호사가 반드시 익혀야할 능력 중 하나이다.

글씨크기는 몇 포인트로 해야 하는지, 문서편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직접 문서를 작성해 보며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현재 학생들은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소장 등을 작성하는 법을 공부하고 있다. 오로지, 수기로 작성하는 거의 유일한 법률문서인 변호사시험 기록형 답안을 쓰기 위함이다. 결국 현 체재에서는 학생들이 실무에서의 작성법을 따로 공부해야 한다. 반면, 컴퓨터로 시험을 볼 경우 변호사시험 준비만으로 실무에서 필요한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뉴욕주 등에서는 노트북을 통해 변호사시험을 보고 있다. 이는 방법론적으로도 컴퓨터를 통한 시험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 빨리 우리 시험에도 도입되어 변호사시험이 시대에 맞는 시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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