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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셜록 홈즈 이야기
최용성 변호사  |  choi@seoulba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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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4호] 승인 2017.09.04  10: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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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를 창조한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원래 직업은 의사였다. 그러던 사람이 어떻게 추리소설 작가로 유명해졌을까? 인생사 새옹지마! 도일은 어렵게 공부하여 의사가 되었지만 도통 환자들이 찾아오질 않았다. 그러다보니 남아도는 시간에 글을 쓴 것. 이쯤이면 작가가 될 사람이 의과대학을 가서 얻은 것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의과대학 시절 은사인 조셉 벨 박사가 셜록 홈즈의 모델이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도일은 역사물 작가로 인정받고 싶어 했다. 그러던 그가 듀팽 탐정이 나오는 에드거 앨런 포의 추리소설들과 프랑스 작가 가브리오의 ‘명탐정 르콕’을 읽고는, 나라면 더 잘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첫 작품인 장편 ‘주홍색 연구’는 그렇게 나왔다. 여기서 셜록 홈즈는 듀팽과 르콕을 신랄하게 저평가하며 기고만장하다. 그러나 도일의 자신감과는 달리 작품의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았고,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 그렇게 잊힐 위기에 처한 셜록 홈즈를 일단 구해낸 사람은 영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었다. 미국 ‘리핀코트 매거진’의 위촉으로 두 번째 장편 ‘네 사람의 서명’이 나왔기 때문. 역시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그쳤다면 아무도 셜록 홈즈를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19세기말 세계의 중심이자 산업화된 영국에는 대중들의 오락거리가 필요하였다. 통속 소설들이 싼 값에 팔려나갔다(드라마 ‘페니 드레드풀’의 제목도 거기서 나왔다). 마침 런던에서 창간된 ‘스트랜드 매거진’의 편집장 눈에 셜록 홈즈가 들어왔다. 아직 작가로서 인정받지 못했고 경제적으로 곤궁했던 도일로서는 매달 정기적으로 연재되는 단편 집필 의뢰가 무척 고마웠을 것이다. 단편 창작에 더 뛰어났던 도일에게 이건 큰 행운이었다. 첫 단편 ‘보헤미아의 스캔들’은 셜록 홈즈가 아이린 애들러와의 두뇌싸움에서 패하고 평생 동안 그 여성을 존경하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첫 열두편을 모은 최초 단편집 ‘셜록 홈즈의 모험’은 추리문학사에 기념비를 세웠고, 셜록 홈즈와 존 H. 왓슨은 최고의 인기 캐릭터가 되었다. 심지어 셜록 홈즈를 실존인물로 믿는 사람들도 생겨날 정도였다.

셜록 홈즈 덕분에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추리작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 도일은 급기야 24번째 단편 ‘마지막 사건’에서 범죄의 천재 모리아티 교수를 내세워 홈즈를 죽게 만들었다. 팬들은 경악했고 도일을 살인자라고 비난하며 홈즈를 살려내라고 요구하였다. 다행히 홈즈의 시체를 검시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 하지만 도일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국수주의에 사로잡혀 보어 전쟁을 정당화하는 르포르타주나 쓰고 있었다. 세 번째 장편 ‘바스커빌의 개’가 나왔지만, 홈즈가 죽기 전의 사건이었다. 홈즈를 살려내라는 팬들의 요구가 계속 빗발쳤다. 그래도 요동하지 않던 도일에게 ‘스트랜드 매거진’은 파격적인 고료를 제안하였다. 그렇게 자본주의의 마법 덕분에 셜록 홈즈는 살아서 돌아왔다. 그 뒤 도일은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계속 빠져 나가고 싶어 하면서도 독자들의 성화와 비싼 고료의 유혹에 굴복하여 마지못해 홈즈 이야기를 썼다. 그렇게 셜록 홈즈 시리즈는 장편 4편, 단편 56편으로 추리문학의 금자탑을 이루었다. 도일은 역사, SF 등 여러 장르에서 좋은 작품들을 써냈지만 어느 것도 셜록 홈즈의 인기를 능가할 수는 없었다. 셜록 홈즈는 영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이름 중 하나가 되었고, 도일이 원하였든 원하지 않았든 작가에게도 불멸의 이름을 주었다. 도일은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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