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 thing like this would happen(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평론가였던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새겨져 있는 말이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조지 버나드 쇼건만, 그조차 죽음 앞에서는 아쉬움이 남는가보다.

그런데 변호사의 삶을 나타내기에도 이보다 좋은 말이 없다. 변호사의 업무가 사건 단위로 돌아가기 때문에 변론기일·공판기일에 맞춰 재판을 준비하다 보면 어느새 휴정기가 다가오고, 두번의 휴정기가 끝나면 일년이 훌쩍 지나있다. 즉, 재판일정에 끌려 다니다보면 일년이 지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변호사 5년차를 보내며 어느새 나도 재판의 노예가 되었다.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해 의뢰인과 기록과 씨름하다보면 재판을 가야되고 재판을 다녀오면 야근을 해야 되는 일상 속에서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다른 변호사님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가지고 다시 피아노 레슨을 시작하며 나에게 새로운 시간의 단위가 생겼다. 이제는 더 이상 나의 시간이 재판 일정에 의해 나뉘는 것이 아니라 한달에 한번 돌아오는 독서모임과 일주일에 몇번씩 있는 피아노 레슨에 맞춰 정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책을 읽고 다음 독서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슴 설레고, 아름다운 피아노곡에서 마음을 치유 받으며 어느 순간 일상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재미있는 취미가 일상의 일부분이 되면서 나는 시간의 주인이 되게 되었으며, 재판 일정에 쫒기는 삶이 아닌 재판 일정을 지배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우물쭈물하기에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삶이 되자 오히려 시간 부자가 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재료도 적당한 향신료 없이는 맛을 낼 수 없듯이 무미건조한 변호사의 삶에도 때론 알싸하고 때론 달콤한 취미생활이 함께한다면, 우물쭈물 하는 삶이 아닌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