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관세법 제229조는 관세법상 법률효과를 부여하기 위한 원산지 판정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대외무역법에는 원산지 표시를 위한 제도를 두고 있으며, 이외에도 여러 특별법상 원산지 표시 제도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표시 제도는 비교법적으로 엄격한 미국의 제도에 기초하여 제정하였다.

원산지 표시 제도의 목적은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올바른 정보의 제공을 통하여 부수적으로 생산자까지 보호한다. 이에, 원산지 표시 제도는 그 특성상 소비지국의 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원산지 표시 제도의 특징을 원산지 표시 제도의 소비지국 원칙이라고 부른다. 우리 법도 마찬가지다. 우리 법은 원산지 표시 대상물품을 수입물품으로 한정하고, 수입물품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유통가능성이 없는 샘플, 자가 사용 물품, 외교관 물품 등에 대하여는 원산지 표시의무가 없다.

그런데 우리 법은 오인, 거짓 표시, 원산지 표시 손괴에 대하여는 원산지 표시 대상물품인지를 불문하는 것처럼 규정되어 있어서 원산지 표시의무 없는 물품에 대하여도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 처벌할 수 있는가하는 해석상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원산지 미표시에 대하여는 원산지 표시의무가 있는 표시 물품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표시와 오인 표시 간에 달리 볼 이유가 있을까? 또한 원산지 표시 의무가 없는 물품으로 규정된 외교관 물품에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는 처벌하지 않으면서, 이에 오인 표시 하는 경우는 처벌하는 것은 명백히 이상하다. 원산지 표시 제도의 소비지국 원칙에 따라 생각해보아도 이는 당연하다. 학설상으로는 이러한 것이 통설이나, 실무는 담당 공무원에 따라 제각각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수출물품이다. 수출물품은 국내 소비되지 않으므로, 원산지 표시의무가 없다. 그러나 이를 국내산으로 가장하는 경우에만 별도의 규정을 두어 처벌한다. 그런데 여기서 원산지 표시 대상물품에 대하여 원산지를 오인 표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징금 처분도 가능할까? 위 사례와 같은 원산지 표시 위반일 경우, 국내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였다고 보아, 과징금 처분을 한다. 과징금은 부당한 이득을 회수하는 목적의 행정처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산 가장일 경우에는 과징금 처분을 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국내로 수입하는 물품에 원산지를 가장한 경우와의 균형 때문에 그러하다.

예를 들면, 국내로 수입하는 중국산 물품에 대하여 프랑스산으로 가장한 경우, 피해자는 우리나라 소비자, 프랑스, 프랑스 생산자이다. 이 경우 우리법상 과징금 처분은 가능하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이에 대한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없다. 프랑스의 주권이 이에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내산으로 가장한 물품을 프랑스로 수출한 경우, 소비지인 프랑스에서는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추가로 이에 대한 과징금 처분이 가능하다고 하면, 이는 위의 사례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내산 가장의 경우에도 그 피해자는 해외 소비자, 국내 생산자, 우리나라로서 위 사례와 동일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법에서는 수출물품의 국내산 가장일 경우에 과징금 처분을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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