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기자로 전입해 여러 생소한 경험을 했다. 그중에서도 생경했던 것은 검찰총장, 대검찰청 차장검사 퇴임식 때 검은색 고급승용차 수십대가 오와 열을 맞춰 전조등을 켜고 도열하던 모습이었다.

대검찰청 청사 앞마당에 펼쳐진 그 모습은 장관(壯觀)이라고는 표현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공익의 대표자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 검사(검사선서)’로 수십년 봉직한 검찰 조직의 선배에게 그 정도는 예우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군 의장대 사열 정도로 생각해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외부인의 시각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은 상당했다.

퇴임하는 고위 간부가 공식적인 퇴임사 외에 내부 통신망에 남기는 사직 인사도 다른 조직에서는 흔치 않은 관례로 보였다. 대체적인 내용은 소회와 격려, 당부와 같은 것들이었다. 어떤 글에는 원망이나 분노도 간간이 섞여 있었다. 행여 있었을지 모를 과오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성과 전문지식으로 똘똘 뭉친 전문가집단이라고 해도 실수가 없을 수 없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때론 죄가 아닌 인간을 심판하기도 하고,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도 있었을 게다. 요즘 청산의 대상으로 일컬어지는 적폐, 정치검사도 섞여 있었을 것이다. 지나친 자기 확신과 신념은 눈과 귀를 막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과는 의미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인혁당 사건이나 재심 절차를 거쳐 수사기관의 잘못이 인정된 약촌오거리 사건 등을 대표적이고도 구체적인 과오 사건으로 꼽았다.

검찰총장의 사과는 놀라운 일이었다. 검찰 총장이 이른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한 게 처음이었다는 사실은 더 놀라웠다. 검찰의 진정성이 발언의 세기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잘못 처리된 사건의 진상과 실질적인 후속조치를 어떻게 해나가느냐를 보면 판단이 될 일이다.

기자들과도 두달에 한번씩은 공식적으로 만나서 질문을 받겠다고 했다. 첫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지를 먼저 달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여러번 양해와 이해를 구했다. 권위주의적 모습과 거리를 두려는 태도는 여럿의 호감을 사기도 했다.

자체 개혁방안도 내놨다. 그렇다 해서 박수와 신뢰만 보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개혁대상인 그들의 구조가 갖는 숙명과 같은 것이다.

검찰개혁도 사법개혁도, 핵심은 바로 ‘견제’다. 견제 받지 않고 경쟁하지 않으려는 순간, 그 집단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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