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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절반의 진실
박일한 헤럴드경제 기자  |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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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호] 승인 2017.08.21  1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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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원 손해보고 팔았어요.” 얼마 전 모처럼 만난 지인 A씨는 오랫동안 보유했던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를 최근 ‘밑지고 팔았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이 많이 올라 규제대책까지 발표되는 상황에 어쩌다 손실이 생겼는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손해를 보지 않았다. 대략 10억원에 산 걸 13억원에 팔았으니 3억원이나 시세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A씨 생각은 달랐다. 자기가 이 아파트를 보유했던 기간 중 가장 비쌌던 때를 기준으로 따졌다. 최고점이었을 당시 시세인 17억원에 팔았을 수 있는데, 우유부단하게 질질 끌다가 4억원을 날리게 됐다고 진심으로 자책했다.

여기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손해를 봤다’는 A씨의 주장은 거짓일까? A씨는 최고점을 기준으로 삼는 해석방법으로 자신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지금 생긴 시세차익은 손실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물론 일반적인 상식으로 A씨는 손해를 보지 않았다. 손해를 봤다는 건 매매행위를 한 후 최종적으로 남게 되는 금액이 ‘마이너스’가 된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씨는 자기 논리에 따라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걸 이른바 ‘절반의 진실(half truths)’이라고 부른다. 어쨌든 ‘시세차익이 생겼다’는 전말을 말하지 않고, 자신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일부만 부각시킨 것이다.

절반의 진실은 범죄 혐의자가 재판정에서 자기 죄를 숨기기 위해 흔히 선택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최순실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어 도왔을 뿐’이라고 하고,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문화융성을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지원한 것뿐’이라고 강조한다. 두 사람의 이런 말이 100% 거짓이라고 보긴 힘들다. 어느 정도 진실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런데 특검 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권’을 챙긴 정황도 또 부인하기 어렵다.

재판의 어려움은 이런 각자 나름대로 절반의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는 게 아닐까 싶다. 여하튼 두 사람은 선의를 강조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숨은 나머지 절반의 진실로 인해 벌써 꽤 많은 사람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절반의 진실이든, 100% 거짓말이든 결국 중요한 건 말한 사람의 의도와 파장이다. 타지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걱정하는 엄마에게 “밥 잘 먹고 다녀요”(사실 오늘 아침은 안 먹었어요)라고 하는 건 착한 절반의 진실이다. 이른바 ‘하얀 거짓말’이다. 반면, ‘유기농입니다’(농약이나 비료를 ‘조금만’-정부 유기농 기준에 따라-쳤습니다), ‘어제는 다른 여자 안 만났어’(그제는 만났어) 같은 더 많은 말은 꿍꿍이가 있는 나쁜 절반의 진실이다.

드러난 절반의 진실 뒤 또 다른 절반의 진실을 발견하려는 노력은 특정인만의 몫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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