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부산에서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먼저, 국선전담변호사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국선전담변호사는 각 고등법원에서 선발하고, 선발된 후에는 그 고등법원 관내 각급 법원에 배치되어 지정된 형사재판부 3~4곳에서 국선사건만을 맡게 되는 변호사입니다. 국선전담변호사는 적지 않은 금액을 매월 고정적으로 받기 때문에 경제적인 걱정 없이 소신껏 일할 수 있고, 또 공익적인 일을 한다는 자긍심도 가질 수 있으므로 상당히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국선전담변호사는 공통적으로 매월 약 30건의 새로운 형사사건을 배정 받기에, 형사사건에 관한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기도 합니다.

다만 국선전담변호사로 근무하면서 겪는 고충도 적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국선변호사가 지정되는 사건의 피고인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다가 대체로 교육수준이 높지 않고,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기저에 쌓여 있는 분들도 상당합니다. 따라서 국선전담변호사들은 피고인을 접견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 많은 고충을 겪게 됩니다. 저 역시, 저와 접견하던 피고인이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제게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했고, 성범죄 피고인이 피해자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며 저를 협박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직까지 국선전담변호사로 일을 하고 있는 까닭은, 법률적 조력을 전혀 받지 못해 억울한 누명을 쓴 피고인을 적극 변론하여 무죄를 선고 받았을 때나 긍정적인 정상사유가 최대한 반영되어 피고인의 선고형이 구형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을 때의 성취감이나 만족감이 제 삶에 큰 감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는 다양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여러 부류의 피고인들과 소통하면서, 그동안 제가 알지 못했거나 무관심 했던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도 귀를 기울일 수가 있었는데, 이러한 점 역시 제가 국선변호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지면이 짧은 관계로 국선전담변호사의 생활을 충분하게 소개해 드리지는 못하지만, 제가 국선사건을 통해 경험하며 배우고 있는 우리사회의 소외되고 어두운 면면을 가급적 많은 분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공감해 주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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