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해버 드림, 어 송 투 씽~’ 요즘 자주 흥얼거리는 ABBA의 노래 ‘I have a dream’의 첫 구절이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선생님이 ABBA의 노래를 틀어주며 영어 가사를 가르쳐 주실 때는, 요즘 좋은 팝송 많은데 왜 이런 옛날 노래를 선곡했나 의아해했는데, 지금 들으니 주옥같은 가사에 참 명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니 필자가 그 당시 영어선생님의 나이가 되어있다. 물론 필자는 아직 청년 변호사에 불과하다.
필자가 부산에서 변호사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부산의 관할법원은 부산지방법원 본원과 동부지원 두곳만이 있었다. 2017년 3월부터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이 개원하였고, 강서구 명지동에 새 청사가 입주를 시작한 것은 2017년 7월 31일로 3주 전이다.
서부지원이 개원한 명지동은 필자가 다녔던 고등학교 건물에서 바라보면 강 건너 보이는 곳이었는데, 그때는 파밭 등의 농지가 많았고, 농사나 어업이 주를 이루는 곳이었다. 필자의 친한 친구도 명지동에 살면서 낙동강 하구둑 다리를 건너 고등학교를 다녔고, 그 친구의 부모님은 조개잡이 일을 하셨다. 그때 학교에서 바라보던 낙동강의 낙조는, 비단 필자가 감수성이 풍부했던 여고생이어서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이 새 청사로 입주를 하고 8월 초 첫 재판을 위해 찾아간 명지동은 완전히 다른 곳이 되어 있었다. 정비된 도로에 수많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앞으로도 많은 개발 계획이 잡혀 있었다. 법원과 검찰의 새 청사도 멋지고 엄숙하게 지어져 있었다. 부산지방법원 본원에서 차로 40분 내지 1시간 정도를 달려가야 하는 곳이라 다소 재판 준비에 불편함이 있지만, 서울에서 이 정도 거리는 평균 출퇴근 시간에 불과하다고 하니 감수해야할 부분이다.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법무법인에서 소속변호사로 근무하다가 작년 말 개업을 한 후로 필자는 변호사로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작고 소박하지만 꿈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아이 해버 드림’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필자의 능력이 되는 범위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졌다. 여러 위원회 활동을 시작하고 소송구조 등의 사건도 맡았다. 그렇다고 필자가 대단한 인권변호사가 되겠다거나 그럴 능력이 되지도 못하지만, 국선이나 소송구조로 들어오는 사건들을 진행하면서 소송당사자들의 고단한 삶을 직접 접하게 되니, 변호사로서 작은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겼다.
대한변협신문의 작은 코너지만 ‘지방회 해시태그’ 필진에 지원을 한 것도 나서기 싫어하는 평소 필자의 성격과 많이 다른 부분이다. 변호사로서 작은 꿈이 생겼고 이 곳에 글을 쓰는 것도 그 꿈 중에 하나를 실현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참으로 소박한 꿈이라고 웃을지도 모르겠다. 항상 소송의 결과가 좋을 수는 없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꿈이 있고 흥얼거리며 부를 노래도 있으니(I have a dream, a song to sing), 단단히 마음먹고 오늘 아침도 사무실 문을 연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의 늦은 오후 재판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낙조는 여전히 충분히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