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인지대 감액을 위한 토론회’ 개최
“남소방지와 국민 권리를 적절히 조화시켜야”

우리나라 인지대의 성격과 수준, 산정방식 등 현행 규정이 가진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 열렸다.

변협은 지난 18일 대한변협회관 대강당에서 ‘인지대 감액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현 변협 협회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토론회를 기반으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데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은경 변협 부협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주제발표자 최정민 변호사(대한변협 인지대감액추진소위원회 위원장)는 “인지대는 크게 ‘소 진행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과 ‘승소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을 지니지만 두 가지 모두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소송목적값과 사건 난이도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민사소송을 통해 당사자가 얻는 경제적 이익은 ‘소송을 통해 얻은 수익’이 아닌 ‘침해된 권리의 회복’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최 변호사는 현행 인지규정의 문제점으로 ▲소가에 따라 인지대가 무한하게 늘어날 수 있는 점 ▲심급제도에 연동된 인지대 ▲행정소송 및 국가배상청구 소송에 대한 인지대 부과 ▲노동관계 분쟁에서의 과다한 인지액 등을 들었다.

최 변호사는 “특히 행정소송, 국가배상청구에 대한 과도한 인지대로 개인이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위법한 행정행위로 인한 피해를 구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독일·미국 등 해외 입법례를 들며 “남소방지와 재판청구권 보장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일부 예납 및 후납 정산제 등 인지대 납부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변협이 마련한 ‘민사소송 등 인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시했다.

개정안에는 소가 대비 인지액 비율 현행의 1/2로 감액, 인지대상한제 도입, 심급별 동일한 인지대 부과 등 인지대를 대폭 감액하는 방안이 담겼다.

주제발표 후에는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민동근 서울북부지법 민사신청과장은 “국민 권리보호와 합리적 소송제도 운영이 양립하도록 인지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면서도 “인지대가 당사자 의사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실증적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적정 수준이나 상한을 일률적으로 확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전병서 중앙대 법전원 교수는 “돈 덜 드는 재판이 돼야 효율적인 권리보호가 가능하다는 발제자의 지적에 공감한다”며 “법률비용보험 등 ‘제3자에 의한 소송비용지원제도’에 대한 논의 또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피력하고, 소송구조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현재 인지제도는 돈 있으면 재판을 받고, 돈 없으면 재판도 못받는 ‘유전유재(有錢有裁), 무전무재(無錢無裁)’인 상황”이라며 철도노조 직위해제사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손해배상 사건 등 피해사례를 제시했다.

또 “인지대 제도는 시급히 개혁·개선해야 할 대상”이라며 “변협의 인지대 감액 노력과 개정안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법률신문 손현수 기자도 “현행 인지대 제도는 변협의 노력으로 개정된 제조물 책임법으로 인해 손해액의 3배까지 청구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가 경제규모 변화와 국민 법의식 증대, 소송 형태 다양화 추세 등을 반영해 인지액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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