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내놔 … 국민 혼란 막고 변호 객관성 담보해야“
국선변호인 선정을 법원이 하는 현행 제도는 심판이 선수를 선발·관리하는 것”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가 국선변호제도 운영주체를 변협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국선변호인 등이 법원 눈치를 보지 않고 법률구조를 하고, 다양한 운영주체로 인해 국민이 느낄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변협이 마련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제33조 제4항에는 “국선변호인의 선정 권한은 ‘변호사법’ 제78조에 따른 대한변호사협회에 위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변협은 “그 동안 국선변호인 등이 형사 피의자·피고인에게 많은 도움을 줬지만, 운영주체가 각기 달라 국민이 이용하기 쉽지 않다”면서 “법원 등은 고유 업무에 집중하고 국선변호인 선정과 같은 부수적 사업을 내려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피고인에 대한 국선변호, 소송구조 및 국선보조, 구속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시 국선변호, 원스톱 국선변호 등은 법원에서 관리하고, 헌법재판 국선대리인은 헌법재판소에서 선임하며, 피해자 국선변호인은 법무부가 선정한다. 관련 법도 형사소송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으로 각기 다르다.

예산도 분산해 사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지어 다수 법률지원 기관에서도 정부 예산을 받아 사용하고 있다. 법무부에서는 올해 법률구조사업 예산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458억1700만원,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5억2500만원,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4억원을 책정했다. 여성가족부에서도 가정폭력 피해자 무료법률 지원을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으로 예산을 나눠 배정하고 있다.

변협은 국선변호제도 관리·운영주체가 변협으로 일원화되면 중복 업무 수행에 따른 인건비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객관성을 담보해야 하는 변호사가 법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로스쿨 도입으로 한해 1500여명 법조인이 배출되며 경쟁이 극대화된 현재, 수입이 어느 정도 보장된 국선변호인 자리는 인기가 점점 치솟고 있다.

변협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등록 변호사 수는 1만2607명이었으나 2017년 8월 1일 기준 2만3154명에 달한다. 6년새 1만명 이상이 증가한 수치다. 국선변호사 경쟁률(왼쪽 표 참고)은 2011년 3.2:1에서 로스쿨 첫 합격자가 나온 2012년 7.8:1로 급증했다.

변협은 “국선변호인 선정을 법원이 하는 현행 제도는 심판이 선수를 선발해 관리하는 것과 다름 없다”면서 “이는 재판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라고 재차 강조했다.

A 변호사는 “현행 제도는 법원이 변호인 선정과 비용 지급을 모두 하고 있기 때문에 국선변호인이 법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면서 “국선변호인 선정은 별도 기관을 통해 이뤄져야 하며 그 선정 과정에서도 사전에 국선변호인을 신청한 변호사 풀(pool)에서 무작위로 2~3인을 선정한 후, 선정된 변호사가 수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선정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김현 협회장은 “재판부와 친분 있는 변호사가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거나 재판연구원 출신 변호사가 국선전담변호사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재룡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이 제출한 ‘국선변호제도의 일원화 및 관리감독의 강화’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재판연구원(로클럭) 출신 국선전담 변호인은 전체 선발인원 중 42%(26명)에 달했다.

다양한 문제가 계속 불거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선변호제도와 유사한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2019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변호사를 형사공공변호인으로 임명하고 공무원으로서 무자력 피의자가 수사단계부터 형사변호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변협은 “이는 권력분립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며 지난 6월 21일 이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에 변호사계에서는 변협이 국선변호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B 변호사는 “국선변호제도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이를 법원이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선변호사 선임권은 변협에 이관하고, 제도 보완도 변협과 논의를 통해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법테라스’에서 민사법률구조와 국선변호 관련 업무 등 법률구조제도 전반을 맡고 있다. 법테라스는 재판소 등이 변호인을 요청할 경우, 변호인 업무계약을 체결한 변호사 중에서 지명한 국선변호인 후보를 재판소 등에 통지해 국선변호업무를 처리토록 하고 있다. 국선변호사 계약 수는 2013년 4월 1일 기준 2만2550명에 달한다.

미국은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공적변호(Public defender)제도 운영을 위해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한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는 ‘주 공적변호 위원회(State Board of Public Defense)’가 퍼블릭디펜더 등 지명권을 가진다. 동 위원회는 주 대법원이 지명한 변호사 4명과 주지사가 지명한 변호사 3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상근 변호사가 사건유형별로 맡을 수 있는 업무량 상한선을 정하고 변호사를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하기도 한다.

김현 협회장은 “재판하는 기관인 법원이 변론까지 관리·감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면서 “변협이 마련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입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변협은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변호사를 대상으로 ‘국선변호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설문조사 결과는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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