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은 캄캄했다. 가끔 잠깐 책상 모퉁이로 햇살이 들어오곤 했다. 책상에 얼굴을 눕히면. 내 한쪽 눈만 눈부셔 했다. 눈을 감아도 환하다. 밝고 따뜻하다.

변해가는 시대의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공부라는 것이 끝나지가 않는 듯 합니다. 낮에는 로스쿨생으로서 전공과목을 배워가고, 저녁에는 생활인으로서 맡은 일을 해가며 사람들 속에서 하나 둘씩 흔적을 제 몸에 묻혀 나갑니다. 공부와 일, 둘 다 동일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공부의 탈을 쓰는 한 자리에 진득이 앉아 있기는 힘든가 봅니다. 책을 펴고 책상에 앉는 순간, 머리는 어느새 몸뚱이만을 의자에 놓아둔 채 도서관의 밖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듭니다. 시의 형식을 빌어, 위에 짧은 글을 저렇게 적어 놓았지만, 실은 저는 도서관에서 잠을 자본 적은 거의 없는 듯 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온전히 책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학교 시절 가장 좋았던 순간중의 하나를 떠올려보면, 교실 창문에서 따스한 햇살을 바라보며 학교 운동장을 바라보았던 순간이었던 듯합니다. 따스한 햇살을 쬐는게 좋았는지, 고즈넉한 운동장에서 친구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어느 것이었든지간에, 운동장을 바라보는 일련의 행위가, 바쁘게 돌아가는 머릿속에서 잠시의 멈춤을 허락해주었습니다. 지난 8월 5일은 로스쿨 1학년생들이 법조 윤리 시험을 본 날입니다. 절대평가이기는 하나 매해 난이도가 달랐고, 올해는 불행히 난이도가 높은 까닭에 로스쿨 들어와서 처음으로 치는 시험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친구들이 꽤 있는 듯 합니다.

아직은 1학년이고, 내년에도 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므로, 시험을 잘 쳤든 못 쳤든지 간에 하나의 관문을 넘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따스한 햇살을 쬐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자기의 권리와 이익을 주장하고, 법조인은 이들을 대리하여 대변하든가 혹은, 판사나 검사의 입장에서 이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지만, 가끔은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아도 세상에 태어난 소명을 다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계절입니다.

작년에 로스쿨 입학 관계로 난생 처음 부산에 내려와서, 낯선 환경 탓인지 감성이 예민해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 바나나 우유를 먹으면서 끄적였던 바나나 우유 5행시 하나를 적어보며 마칠까 합니다.

바 라보는 연습

나 는 그것을 하기 싫어한다.

나 의 주변을 직시하게 될까봐.

우 리는 그냥 흐릿하게 존재를 남기도록 배웠다.

유 일하게 남은 흔적은 어릴적 뒷산서 따와 아버지께 드리곤 했던 소나무 잎이어도 충분하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