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점도 평등하게 작동되어야 한다. 법조인들이 그러한 헌법가치를 고려하여 수사, 재판, 변론을 해왔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면 장래에는 검찰과 사법부가 탄핵될 수 있다. 전 형사절차에서 국민의 불신을 받은 대표적 지점은 바로 영장, 보석, 판결 선고단계이다. 구속기소와 불구속기소의 불평등, 보석허가와 불허가의 불평등, 실형과 집행유예의 불평등이 국민에겐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이고, 특히 형사변호인에게 중요한 문제는 구속의 문제란 점을 전술(前述)하였다.

헌법상의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제198조 제1항), 다만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주우려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피고인을 구속하여 재판할 수 있다. 해당 조문이 명문화된 2007년 이전만 해도 법원이 창안한 이러한 원칙을 검찰은 수용하지 못했다. 판사만큼 재판을 잘 아는 이가 없듯 검사만큼 수사내용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시각이었다. 따라서 구속영장 기각이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되며, 종국적으로 검찰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불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불구속수사, 불구속재판 원칙은 헌법적 형사소송관의 발현으로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인권국가에서 의문을 제기한다는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장래 이 원칙은 실무에서 더욱 세련되게 지켜져야 하며, 법률가의 사명은 구속법 제도와 구속 실무기준을 효과적으로 고안하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무상 형사변호인은 어떠한 점에 주안을 두고 의뢰인의 구속수사를 막아야 할까.

첫째,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여야 한다. 검찰의 증거기록 대부분을 접할 수 없는 변호인으로서는 검찰이 수집·제출하였으리라 추정되는 증거를 모두 염두에 두고 세심하고도 세련된 반박을 하여야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드러내야 하지, 막연히 검찰의 수사내용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항의하여서는 아니 된다. 영장 범죄혐의의 소명 부족은 법관으로 하여금 ‘현 단계에서 반드시 구속하여야 할까’라는 의문을 자아내며, 구속필요성 부분에도 핵심적 영향을 주게 된다.

둘째, 높은 법정형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경우 검찰과 법원은 중형선고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아 왔다. 변호인은 장래 본안에서 유죄의 선고가 예상되더라도 피의자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나름대로 혐의사실에 대해 다투고 소명해 왔다는 점을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피의자가 반드시 도주하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셋째, 물적 증거에 대해 더 이상 인멸할 것이 없고, 인적 증거인 참고인에 대한 악의의 접촉도 없을 것임을 합리적으로 주장하여야 한다. 때로는 다짐도 필요하다. 이미 압수되어 피고인의 지배영역에 있지 아니한 증거에 대해 인멸할 수 없고, 일부 참고인과의 접촉은 선의의 진술확보로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는 점에 대하여 법관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영장심사를 앞둔 형사변호인은 합리적 주장을 하여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수사의 수준을 폄하해서는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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