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는 매우 중요한 양형인자이다. 공소제기의 요건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정한 사정으로 피해자와의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형사공탁제도는 가해자에게 유용한 수단이 된다. 즉, 형사공탁제도는 가해자가 피해회복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현행 공탁법은 공탁 시 피해자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 특정범죄신고자등보호법은 신고자의 인적사항 공개를 금지하고 있어서, 수사기록을 통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다.

재판부의 보정권고서를 발급받아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지만,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발급 여부가 결정된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한 후 정보공개 여부를 결정할 때가 많다.

공탁제도는 합의를 원하지 않는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마련된 것인데도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어서 공탁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한변협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한변협이 마련한 공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피해자에게 사죄를 표명할 기회를 부여하고, 피해자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서도 공탁금을 수령해 피해보전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담겼다.

특히 수사기관 등은 피해자인 피공탁자에게 공탁금 수령 의사를 확인하도록 하여 공탁만으로 형량이 감경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다.

일각에서는 피해자의 개인정보 없이도 공탁이 가능하도록 하게 되면 피의자,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합의노력 없이 단지 형을 낮추기 위해 공탁제도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양형인자로서의 공탁은 합의와는 달리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간주된다. 최종적으로 공탁에 따른 양형은 재판부가 결정한다.

공탁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이번 공탁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조속히 입법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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