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저명한 학자 난화이진의 한시가 화제다.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서 읊었기 때문이다. ‘하늘 노릇 하기 어렵다’라는 제목의 시다. 씨를 뿌리는 농부는 비를 바라고, 길을 나서는 나그네는 날이 맑기를 원하는 반면 뽕잎 따는 처녀는 피부가 검게 탈까봐 흐린 날씨를 좋아한다는 내용이다. 제각각 원하는 바가 다르니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뜻이 담겼다.

문 총장이 대통령에게 이 시에 빗대 속내를 내비친 것이라며 해석이 분분하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대통령과 뜻이 다르다는 점을 암시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문 총장은 이에 대해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대통령의 처지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이 시를 소개했다”고 밝혔다. 다만 문 총장이 이 시를 떠올린 배경에 검찰의 현재 상황에 대한 고민이 깔려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또 실제 그런 고민은 마땅하고 당연하다. 검찰에 대해 서로 다른 수많은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국민은 ‘무소불위’라고까지 불리는 검찰의 권한을 덜어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거악 척결’이라는 기능은 더 잘 수행하기를 바라며 비위 의혹이 터지면 검찰부터 찾는다. 대표적 개혁 과제인 검·경 수사권 조정만 해도 검찰과 경찰 외부는 물론 두 기관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얘기냐!’ 하소연이 나올 만하다.

검찰이 중국 시에서 고민의 표현법을 찾았다면 중국 고전에서 힌트를 얻는 것은 어떨까?

제자 백가가 다툰 중국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정치 철학의 하나가 ‘황로의 술’이다. 노장의 ‘무위론’을 정치에 접목시켰다. 그 요체를 한 마디로 정의한 경구가 있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익히는 것과 같다.” 생선을 익히겠다며 불을 너무 키우면 다 타버리고 만다. 나라의 운용을 완전히 장악하겠다고 지나치게 엄격한 법으로 옥죄면 국민의 삶은 고단해지고 결국 반발을 부르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약한 불로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비린내로 생선을 먹지 못하게 된다. 허술하고 물렁한 법 적용으로 사회가 부패하고 비리가 넘쳐나는 꼴을 말한다. 아울러 불기운이 생선에 고루 미쳐야 어디는 타고, 어디는 덜 익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법의 공평무사함이다.

검찰 개혁, 장사를 하듯 하나 내주고 대신 하나 받는 식으로 접근하면 도저히 풀 수 없는 꼬인 실타래다. 다 내려놓고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어떨까? 비린내가 진동하는 부정부패와 비위에는 뜨거운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고 지나친 사회적 굴레에 속이 타들어가는 서민에게는 법의 관용을 느끼도록 해줄 수 있는 제도,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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