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6년말 전세계 강제이산민의 규모는 6560만명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이다. 이 중 난민은 2250만명이며, 국경을 넘지 못한 이산민은 4030만명에 이른다.

난민 위기는 분쟁 지역과 멀리 떨어져있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1년 1000여명에 불과하던 난민신청자는 2016년 말 2만2000명을 넘어섰다.

난민이란 누구인가? 난민에 대한 최초의 국제적 합의는 1951년 제정된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이다. 제2차 대전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마련된 동 협약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자로 정의한다.

1951년 이후 난민의 지역적 범위와 인정사유는 계속 확대되어 왔다.

난민발생 사유가 변화하고, 인권의식이 발달함에 따라 난민의 인정사유도 확대되고 있다. 이는 지역적 협정과 합의, 국내 입법이나 해석과 관행에 근거한다. 특히, 1951년 난민협약 제3조에 규정된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은 다수 국가들에 의하여 국제관습법적 규범으로 간주되고 있다.

실제 유럽과 북미 지역 국가들은 국내 입법이나 법 해석을 통해 무력분쟁으로부터 피신한 사람을 정식 난민으로 인정하고 있다. 시리아나 이라크, 예멘과 같이 내전이 심각한 나라 출신 난민신청자들은 신청부터 우선 난민(prima facie refugees)으로 간주되어 난민 자격을 인정받는다.

최근 난민 인정사유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이다. 현재 중미 지역에는 수십만명이 범죄 조직의 위협을 피해 국경을 넘고 있는데, 중미국가들과 멕시코, 미국 등은 이러한 피난민들도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을 근거로 난민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은 예외적이다. 난민협약 당사국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난민 문제에 관한 지역적 협정이나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2012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난민법은 1951년 난민협약과 동일하게 난민을 정의하고 있으며, 내전으로 우리나라에서 인해 난민을 신청한 1200여명의 시리아인 중 4명을 제외한 대다수는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전체적인 난민 인정율도 5퍼센트에 불과하여, 전세계 인정비율 38퍼센트와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엄격한 난민 기준은 국제사회에서 비판받기도 한다. 2016년 3월 유엔난민기구 회의 시 비정부기구 대표는 일본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국력에 비해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나라로 거론한 바 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시리아인들을 추방한 것은 아니다. 우리 난민법은 ‘인도적 체류’ 제도를 도입하여 시리아 내전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국내에 체류하며 취업도 할 수 있게 허용해주고 있다. 비자 갱신에도 어려움이 없고 교육 등 기본적 서비스에 대한 접근도 가능하다.

그러나 인도적 체류 허가가 정식난민 인정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각종 혜택과 권리에 차이가 있으며,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느끼는 불안정성이 크다. 우리나라가 난민 문제를 국가 안보가 아닌 인권 차원에서 바라보기 위한 것이라면 최대한 당사자의 관점에서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난민 인정범위는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을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이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도 난민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만을 내세울 수도 없다. 전쟁의 참화를 피해 머나먼 우리나라까지 와서 보호를 신청한 사람들을 정식 난민으로 인정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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