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최근 읽은 리처드 서스킨드·대니얼 서스킨드의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2016)’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법률분야에서 일어날 변화를 이렇게 적는다. “우리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발전한 시스템, 또는 기술이나 표준화된 절차의 도움을 받는 비교적 저렴한 인력, 또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도구로 무장한 일반인’이 전통적인 변호사를 대부분 대체할 것이다.”

변호사에게 이는 얼마나 무시무시한 예측인가. 실제로 민사소송의 대부분은 전자소송으로 진행되고 있고 비법률가인 당사자들도 이 시스템 안에서 예전보다 간편히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으며 소송 서류 양식과 진행 절차 역시 인터넷 검색 몇 번이면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변호사는 사라질 직업일까.

그러나 위 문장을 다시 자세히 읽어보면, 위 예측이 대체될 것이라 전망하는 대상은 ‘전통적인 변호사’다. 이는 법률이라는 지식을 독점한다는 이유로 전문직으로서 창창한 앞날을 보장받던 날들이, 필자와 같이 이 시대를 사는 청년변호사에게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한편 그러한 생각이 떠올랐다. 발전된 기술과 표준화된 절차의 편리가 이를 수 없는 영역에서의 일, 예컨대 사람 사이의 감정적 분쟁으로 촉발된 문제를 해결하고 누군가는 패소할 수밖에 없는 법률적 판단의 영역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은 이에게도 납득 가능한 의견을 전달하는 일. 그것은 어떤 세분화된 매뉴얼도 해낼 수 없는 오직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전자책이 등장하면 사라질 것이라던 종이책이 여전히 건재한 이유는 책장을 넘기며 책을 읽고 인상 깊은 문장에 밑줄 긋는 행위가 책이 주는 본질이라 여기는 이가 여전히 많기 때문인 듯하다. 변호사의 역할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의뢰인의 곤란한 상황에 공감하고 내 일처럼 해결방법을 모색하여 주는 일은 기술과 시스템의 발전으로 대체 불가능한 변호사만의 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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