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의 몇시인가요?” “어이구…이건 진짜 인간도 아니야, 인간이라면 이럴 수 없어.” “이 사건과 유사한 외국사례 찾으신 분 계신가요?”

연일 이어지는 살인적인 폭염과 폭우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한여름 폭우 속에서도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며 연신 투덜거린 나의 불평이 일순간에 무색해진건 한여름 폭염과 소낙비보다 더한 기개와 열정, 땀으로 무장한 이들을 보고나서였다.

지난해 10월 목포에서 발생한(발생하였다기보다는 그제서야 발각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아동을 돕는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여성아동특별위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간 수많은 아동학대 사건들이 우리를 분노케 하였지만 지난해 목포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은 그 폭행 수법 역시 너무나 참혹하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친모의 동거남에게 수개월 간 지속적으로 잔인하게 폭행을 당한 6세 아이는 두개골이 수십군데 부서지고 양팔과 다리가 부러진 것도 모자라 주먹으로 눈을 맞아 안구가 파열되어 눈을 적출하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뿐 아니라 무지막지한 상습적 폭행으로 간과 담도에 큰 손상을 입고 아이의 한쪽 고환이 파열되기까지 했다.

어리석고 모진 친모의 방관과 무관심 속에서 이제 겨우 6살밖에 되지 않은 그 연약한 아이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상태에서 매일같이 죽음의 공포와 살인적 폭력의 고통을 겪었을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처진다.

일반적으로 아동학대는 학대당하는 아이의 죽음으로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수년 전 칠곡과 울산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비로소 아동학대가 가정 내 훈육이나 부모의 일회성 폭력으로 인한 우연적 사고가 아니라 가장 약하고 어린 생명이 사망에 이를 때까지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가장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폭력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던가. 그러나 아직도 대한민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아동학대 기사가 터지는 사회다. 그러한 현실에 맞서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소망하며 아동학대와의 최전선에 서서 칠곡으로, 울산으로, 목포로 전국을 누비는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여성아동특별위원회 위원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기록과 한더위 폭염과 씨름하며 재판부에 제출할 피해자 변호인의 의견서를 끝내던 날 지쳤지만 밝은 얼굴로 함께 모인 한국여성변호사회 여성아동특별위원회 위원들의 저녁식사 장소에 가장 어린 구성원 하나가 눈에 띈다. 인형같이 작고 귀여운 몸과 얼굴로 엄마 옆에 앉은 두살짜리 아기. 그간 매일 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느라 함께 있어 주지 못한 엄마를 이제라도 차지하고자 하는 결기가 숟가락을 꼭 쥔 모습에서 느껴진다.

아가야. 엄마가 너와 함께 마냥 놀아줄 수가 없어서 미안해. 하지만 엄마는 너와 너의 친구들의 생명과 건강한 꿈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단다. 나중에 네가 컸을 때 엄마의 땀과 눈물 덕분에 이렇게 건강하게 행복하게 클 수 있었다고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을거야. 꽃으로도 때리지 못할 우리 소중한 아이들. 너희들을 끝까지 지켜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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