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에 책 한권을 펴낸 일이 있다.

지긋한 나이의 내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내용의 자전적 에세이였다.

며칠 전 그 책을 펴낸 출판사(청어)에서 중앙 일간지 두 군데에 책광고를 냈다.

그 카피 중에는 내가 프롤로그에서 적은 한 구절을 인용하고 있었다.

“좌절과 절망 끝에 방황하는 헬(HELL)조선의 안쓰러운 흙수저들에게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고 싶은 소박한 바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는 부분이었다.

위 책광고의 반향은 의외로 컸지만 그 중에서도 세명의 재소자로부터 받은 손편지는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첫 번째는 대전교도소(논산지소)에 절도죄로 수감 중인 미결수 K씨의 사연이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고아원을 전전하며 어렵게 성장한 후 3D업종의 작은 업체에 취업했으나 작업 중 실수로 해고되어 거리를 헤매다가 순간적인 잘못된 생각으로 절도죄를 짓고 구속되어 1심 재판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우연히 나의 책광고를 보고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데 면회 오는 이도 없고 영치금도 없어서 궁리 끝에 같은 방 동료한테서 우표 한장을 얻어서 손편지를 부친다고 했다.

“책 한권 보내주시면 출소 후 벌어서 책값을 송금해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의 편지를 읽어본 나는 격려글과 함께 책 한권을 보내주었는데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며 이를 악물고 분발해서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답신을 보내오기도 했다.

두 번째는 대구교도소에서 교특법 위반으로 복역 중인 L씨의 사연이다.

1심에서 금고 8월의 실형을 받고 복역 중인데 금년 10월 13일 출소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L씨는 책광고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서 그 책을 보내달라는 것이 아니라 민법, 형법 등 법률서적 5권을 사서 보내주면 출소 후에 책값을 갚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L씨의 진의가 의심스러웠다.

책광고를 보고 감동했다면서 그 책을 보내달라는 것이 아니라 올해 47세인데 그 나이에 법률공부를 해 보겠다면서 한두권도 아니고 다섯권의 법서를 사서 보내달라는 요구는 아무래도 선뜻 응할 수가 없어서 내 책 한권을 보내주고 말았다.

세 번째는 서울 남부 구치소에 수감 중인 G씨의 사연이다.

역시 책광고를 본 후 편지한다는 내용인데 죄명을 밝히지 않았으나 꽤 오랫동안 복역 중이라고만 했다.

“변호사님께서 펴내신 그 책을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 간절한데 처해진 환경이 너무나 어렵다보니 책 한권 마음대로 구입해서 읽어볼 처지가 못 되어서 이렇게 변호사님께 도움을 청해 봅니다. 행여, 책을 보내주신다면 이곳의 불우한 재소자들과 함께 교훈과 지혜를 공유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읽어보겠습니다.”

편지 내용도 진솔해 보였고 손편지의 글씨도 정성들인 흔적이 역력해서 나는 역시 격려 편지와 함께 책 한권을 보내주었다.

나는 평소에 교도소의 교화(敎化)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교화위원으로 위촉받아 주로 기결수를 상대로 강연도 수차례 했고 교정 당국자나 교화 위원과도 많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 교화사업은 교화위원들의 고루한 훈시나 종교인들의 전도를 위한 설교나 상담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번 재소자들의 편지를 보면 휴게실에 비치된 서가에는 읽어볼만한 책이 별로 없고 훈시나 설교는 가슴에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교도소에 좋은 책 보내기 운동이 절실한 이유다.

뜻있는 저자나 출판사에서도 인세나 챙기고 영리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좋은 책 읽기를 목말라 하는 재소자에게 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길을 보냈으면 한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