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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실]김성근과 김기춘
채종원 매일경제 기자  |  jjong09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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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호] 승인 2017.07.24  10: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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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김성근 당시 한화이글스 감독은 청와대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한화 팬들의 강한 요구로 감독에 부임한지 한달 정도 된 시점이다. ‘김성근 리더십’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뜨거웠고 청와대도 그날 바로 강연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

김 전 감독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하는 것 자체가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 “비난에 대해 해명하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며 자기 길을 가야 한다” “이 일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강연 후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새 시대를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는데 김 감독님 말씀대로 이겨내야 한다”며 공감했다. 또 “저희 같은 시니어들에게는 큰 희망이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최근 행보는 많이 닮았다. 김 전 감독과 김 전 실장은 70대에 현업에 복귀했다. 두 사람 모두 강력한 카리스마로 단시간에 조직을 장악했고 그들의 의지대로 운영했다. 물론 그들 뒤에는 이를 용인한 더 큰 권력이 존재했다. 하지만 화려한 등장과 달리 자리에서 내려올 때 박수 받지 못했다.

김 전 실장 공판을 보면 이날 강연 내용이 떠오른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주권을 위임받은 권력집단이 생각이 다르다고 지원을 배제했다는 혐의, 부당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인사 상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 등이 사실이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김 전 실장과 그의 변호인단은 사명감을 갖고 추진했다는 취지로 반박한다. 오히려 손가락질을 피하지 않은 리더였음을 보여주고 싶은 듯하다.

그래서 해명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 김 전 실장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여전히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다. 법정을 찾은 피해 문화예술인들이 “거짓말 마”라고 울부짖지만 그의 모르쇠는 변함이 없다.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고 본인의 ‘법적’ 혐의를 벗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심리학자 다처 켈트너는 권력자가 되면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주변의 아첨꾼들이 권력자의 뇌 속 공감능력을 더 악화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결과만 놓고 보면 김 전 실장 등 국정농단 의혹 주역들 다수가 법정에서 자신들이 추진한 정책 때문에 겪게 된 누군가의 고통을 모르는 듯 말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김 전 실장 등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의 1심 선고가 며칠 남지 않았다. ‘국민의 비난을 두려워 할 필요 없다’는 그릇된 리더십이 만든 결과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기 직전이다.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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