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단감을 먹다가 나온 씨를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심어 보았다. 신기하게도 싹이 트더니 잎사귀가 세개나 났다. 겨울에 잎사귀가 다 떨어지고 꼬챙이 모양의 줄기만 앙상하게 남아 있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제법 줄기가 더 두꺼워지고 잎사귀도 다섯개나 돋아났다. 참 대견한 녀석이다. 화분이 좁다고 느낄 때쯤 시골 친척집 마당에 옮겨 심어줄 작정이다.

고양시 원당시장 앞에 개업을 했다. 변호사가 된 이후 5년 동안 월급쟁이 생활의 연속이었다. 여의도 로펌에서의 실무수습,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비서관 생활, 은행 사내변호사 생활, 판사 출신 변호사님의 고용변호사 생활, 법학박사과정 수료, 서울 시내 사립대학 겸임교수 활동을 거쳐 개업하기로 용기를 내기까지 참 많은 고민과 불면의 날들이 있었다.

아직도 대부분 법원 앞에서 개업하는 현실에서 나는 왜 굳이 재래시장 앞에 개업을 한 것일까?

먼저 변호사가 많지 않은 곳을 택했다. 법원 앞에는 변호사들이 충분히 많다. 변호사가 없는 곳이 내가 제일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이곳 원당은 고양시청, 원당시장이 자리 잡고 있고 정주인구, 유동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는 단 한명도 없다. 잘 찾아보면 이처럼 우리 주변에 무변촌이 아직 많이 숨어있다. 여기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시민들의 법조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변호사 증원의 취지와도 부합한다.

5년 전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을 하고 쓴 일기를 들추어 보았다.

“내가 얻은 이 변호사자격…. 마치 승용차 한대 얻은 느낌이다. 너무 힘들어 하시는 분들, 너무 아파하시는 분들을 뵈면 얼른 태워드려야겠다.”

초심으로 돌아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개업지를 찾으니 비로소 적당한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흙냄새 물씬 나는 대지에 스스로의 힘으로 뿌리 내리고 싶었다. 누구도 소개하지 않았는데 의뢰인 분들이 스스로 사무실의 문을 두드린다. 여기 시장통에서 나는 참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참 행복한 변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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