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전주 이씨.

전주살이 2년이 되어가면서 “내가 전주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하는 자문에 대한 답이다.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는 고향에서 자라고, 대학교 입학 이후 직장생활을 할 때까지 줄곧 서울에서만 살아오며 내가 전주에서 생활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 관광오는 것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다른 도시에 가는 길에 스쳐 지나간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아무런 연고도 없는 먼 조상의 고장에서는 나는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3년을 보내고 있다.

전주에서 살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한옥마을은 어떤지?” “비빔밥은 어디가 맛있는지?”를 묻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에 대해 나는 사실 대답을 잘하지 못한다. 빡빡한 법전원 생활 덕분에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에 가서 맘 편히 비빔밥조차 즐기지 못한 덕분이다. 아침에 기숙사에서 일어나 항상 같은 길로 학교에 와서 열람실에 앉아 책을 편다. 법서에 빠져들 때쯤 동기들과 식사를 하고 다시 그들과 열람실로 돌아와 책을 읽는다. 이러한 패턴의 생활이 하루 일주일이 모여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된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맘 편히 내가 살고 있는 전주를 돌아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후백제의 옛 도읍지였고 조선왕조의 개창지인 이곳 전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채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때가 있다. 이러한 심정이야 타지에 와서 로스쿨을 다니고 있는 많은 원우들이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한다.

3년 동안 방대한 법조인 준비과정을 충실히 마치기 위해서 자신이 머물고 있는 지역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너무 어려울뿐더러 학교의 울타리조차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주는 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감사한 도시이다. 학창시절을 보내고 회사생활을 하며 간절하게 꿈꿔왔던 변호사의 꿈이 이곳에서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에 살면서 비록 한옥마을에 가서 한복을 입어보지 못하더라도, 전주에 살면서 비록 유명한 비빔밥을 먹어보지 못하였더라도 이곳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법조인의 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며 그것이 바로 내가 이곳 전주에 있는 이유이다.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고향이라 부르며 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나는 전주에서 법조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기에 이곳 전주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 비록 전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많은 곳을 다녀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전주를 사랑하며 전주를 응원하며 살아가겠다. 전국 각지에 있는 많은 법전원생도 이러한 낭만적인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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