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된 후 지인들이 나에게 자주 하는 질문은 “교도소 가봤어? 범죄자 만나면 무섭지 않아? 흉악범도 변호해?”이다. 특히 여성 지인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물어본다. 나는 아직 흉악범이라고 할 만한 피고인을 변호해 본 경험은 없으니 대답은 당연히 “안 무서워”이다. 다만 처음 구치소에 접견을 갔을 때, 마침 수감자들이 줄을 맞춰 내 옆을 지나가자 나도 모르게 빛의 속도로 걸음이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는 있었다.

또 성범죄자를 변호해 봤는지, 만약 의뢰가 오면 변호를 할 것인지를 묻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역시 여성 지인들이 위와 같은 질문을 하시는데, 가치판단을 떠나 그 어떤 범죄자라도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있다고 대답한다. 한 여성변호사님은 사무실에서 친족 간 성폭행 사건의 피고인을 변호하게 되자 본인은 그 피고인을 담당할 수 없다고 사무실에 말씀하셨다고 한다. 본인의 양심에 반해 그 피고인을 제대로 변호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하셨다. 나는 최근 형사 사건을 많이 하는 사무실로 이직을 해서 위와 같은 얘기에 전보다 더 관심이 간다. 내 입장이 된다면 가족을 성폭행한 피고인을 변호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결론은 변호사로서 사건을 맡아 그 피고인을 변론할 것이다. 그 피고인을 좋아할 순 없겠지만 변호사가 된 순간부터 변호사로 사건을 바라봐야 할 것이고 그 어떤 흉악범이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의뢰인을 위해서라도 다른 변호인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셨던 변호사님의 의견도 존중한다.

다른 얘기로 최근 친한 동생인 후배 변호사가 처음 구치소 접견을 가게 되었다면서 접견에 대해 물어 아는 만큼 대답을 해주었다. 그런데 후배 변호사가 접견을 가는 것이 싫은 눈치여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라고 말끝을 흐리기에 ‘담당하는 사건이 아닌지, 사건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닌지’를 재차 물었는데 사건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하기에 “긴장하지 말고 다녀와라. 사건을 위해 접견을 가는 건 변호인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이야기해 주었다(물론 후배 변호사는 처음이라 긴장을 했을 뿐 그 이후로 씩씩하게 일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요즘 접견과 관련해 많은 얘기들이 있기에 후배 변호사가 처음 접견을 가면서 긴장하는 것이 이해가 되면서 씁쓸하기도 했다.

재작년 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법률 자문 대신 웃음을 파는 이른바 접견변호사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한 일간지 기사가 나와서 논란이 있었다. 당시 1년차 변호사였던 나는 위 기사가 나온 후 접견을 가게 되었는데, 사건 면담을 위해 가는 것임에도 괜히 거울을 보고 ‘입술이 너무 진한가. 지우고 가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또한 여성 접견변호사를 뽑는 곳이 실제로도 꽤 있다고 들었다. 나 또한 구속피의자가 대표변호사님께 여자변호사가 접견을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직접 들은 적이 있는데, 이 글을 읽으시는 대표님들은 그런 경우 대표님이 직접 가시는 센스를 발휘해 주셨으면 한다. 이 자리를 빌어 후배 변호사들에게 부당한 요구는 당당하게 거절하라고 말하고 싶다. 문제 제기가 있어야 문제가 불거지고 비로소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여성변호사에 대한 통념 역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변화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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