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나경원 의원,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민사 국선대리인 도입 위한 토론회 개최
“국민 사법적 권리,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될 것” … 단계적 확대 적용 공감

대한변협 숙원사업이자 김현 변협 협회장 역점사업인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도입을 위해 법조계와 정계, 학계가 머리를 맞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 11일 나경원 의원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와 민사 국선대리인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15일 상고심에서의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도입을 골자로 한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김현 협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당사자주의는 당사자 사이에 소송기술과 변론능력 그리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경제력에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소송결과가 달라져 매우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사소송 상고심에서 변호사가 필수적으로 변론하도록 하고, 경제적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당사자도 민사 국선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나경원 국회의원도 개회사에서 “당사자를 위해 민사 국선대리인이 선정된다면 국민은 사법적 권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노강규 변협 부협회장이 좌장을, 발제는 홍세욱 변협 제1기획이사가 맡았으며, 이국현 서울고법 판사, 오승연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 사무차장, 전병서 중앙대 법전원 교수,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홍세욱 이사는 “과거에도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에 대한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변호사 인력이 부족하고 소송구조제도가 불완전한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번번이 좌절됐다”며 “현재는 로스쿨 제도로 매년 1500명 이상 신규 변호사가 배출되는 등 과거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도입을 통해 얻게 되는 공공복리가 그로 인해 제한되는 개인의 사적 이익에 비하여 훨씬 크다”며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제도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고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독일의 경우에도 ‘사법제도의 올바른 운영이 결국 당사자의 권익도 보호한다’고 인정하는 등 변호사 강제주의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것은 소송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보기도 한다”며 해외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독일은 민사사건 제1심과 고등법원·연방대법원 사건 등에서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를 취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변호사만 변론을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도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택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채택하진 않았으나 실질적으로 아주 경미한 사건 외에는 당사자소송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홍세욱 이사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변호사에 의한 사전 검토와 이를 통한 남소 방지 효과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제1심부터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는 다른 어떤 심급보다도 먼저 상고심에 적용돼야 하고, 제도의 단계적인 실현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방안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또 단계적 제도 확대를 위한 요건으로는 ▲국선대리인 선임제도 안정적 정착 ▲법률서비스 소외에 대한 지원대책 수립 ▲국선대리인에 대한 합리적 변호사 보수 확정 ▲적절한 소송구조 보장 ▲소송구조제도와 법률비용보험 간 연계를 들었다.

제도를 조속히 도입·정착시키고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든 참석자가 공감했다.

송평인 논설위원은 “상고심부터의 제도 도입은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며 “최소한 항소심에서부터 도입해야 본인이 직접 1심 소송을 수행해 패소한 경우 그 결과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병서 교수도 “민사소송절차에서의 단계적 도입에는 찬성한다”며 “당사자 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과 사법복지 측면에서 본다면 시행범위를 민사소액사건과 단독사건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부언했다.

 

“변호사단체가 민사 국선대리인제도 운영 주도해야”

변호사단체가 민사 국선대리인제도를 주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는 국선변호인 선정, 취소 등 제반 사항을 법원과 재판부가 전적으로 결정한다. 국선변호인 입장에서는 선정방식에 문제제기를 하기도 어려우며, 재계약 때 재판부가 인사평정을 하기 때문에 피고인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기 힘든 실정이다.

오승연 사무차장은 “법원 소송구조의 경우 판단자인 법원이 대리인을 선임해 준다는 것은 자칫하면 재판 독립성과 적절한 변론권 행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법률구조공단 역시 쌍방수임금지원칙에 따라 일방 당사자만 구조할 수 있는 본질적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단 소속 변호사와 공익법무관이 모든 소송을 수행하는 구조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은 수행변호사단에 속한 일반 개업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기 때문에 보통 이익충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양 당사자에 대한 동시 구조가 가능하다”면서 “변호사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공적 제도는 변호사단체가 주도적으로 운영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 협회장은 국선변호사제도 운영을 변협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헌법이념인 적정절차 원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법부와 법무부로부터 독립돼 있는 단체인 변협이 국선변호인 선정권한을 갖도록 형사소송법과 변호사법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피상고인이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지 않거나 국선대리인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청구 포기·인낙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도록 하는 개정안 제424조의2 제5항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국현 판사는 “이는 상고심에서 변호사 선임을 강제하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라면서도 “실체적 정의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변호사 소송대리인 선임 명령에 불응한 피상고인에 대한 제재는 본인이 제출한 답변서, 준비서면 등 효력을 부인하거나 심리에 반영하지 않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병서 교수도 “패소한 원고의 상소에 대해 항소심까지 승소한 피고가 위 규정에 따라 청구를 인낙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은 무리한 추정”이라며 “현실과의 불합리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홍세욱 이사는 “3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제도상 3심에서도 판결 결과가 바뀔 수 있기에 변호사 선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진 자유토론 시간에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청중으로 참석한 윤소라 법률소비자연맹 대외협력부장 겸 사법감시배심원단 공동 사무총장은 “현행 국선변호인제도에 대한 불만족 사례가 많고,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된 헌재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사건 90% 가량이 기각·각하되는 현상이 대법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세욱 이사는 “일부 불만족 사례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며 “본격적으로 제도가 실시된다면 헌재 사례와 같은 높은 기각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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