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들은 1학기를 적응하며 보냈을 것이고, 2학년들은 부족한 공부에 의욕을 불태우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꿈을 향해서, 현실이라는 바닥에 발자국 하나를 남겼을 것이고, 3학년들은 작년 선배 기수들의 변호사시험 결과를 보며 긴장된 1학기를 보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름입니다. 태풍이 몰고 온 습한 공기가 이제 여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 즈음 태풍이 지나간 후 동기들 10여명이서 대마도에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입학한 후 4개월여가 지난 시점, 아직은 서로가 서로를 피상적으로 알고 각자의 삶에 로스쿨을 덧입히지 못했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88올림픽도 끝났고, IMF도 지나가고, 리먼 사태의 후유증도 서서히 끝나가는 2016년이었지만, 여행 일원 중 몇몇은 부산에서 대마도로 향하는, 배로 90분이면 갈 수 있는 여행이 첫 해외여행인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변가의 안전선 길이를 바다 쪽으로 폭 넓게 설정하여, 정말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주었던 대마도의 미우다 해변. 그곳에서 신나게 개헤엄도 치고 자유형도 하던 순간에 어느 동기 형과 수영 배틀이 붙었습니다. 저는 자유형으로 헤엄을 쳤고 그 형은 접영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고백하건대 전력을 다하진 않았지만, 자유형으로 헤엄을 쳤던 제가 바다에서 접영을 하던 형에게 졌습니다.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라는 사실이 지금에 와서는 위안이 됩니다.

다들 힘든 경쟁을 겪어왔고, 누군가의 앞에 서보기도 또는 누군가의 뒤에 남겨지기도 했던 삶을 살아왔던 우리에게 1박 2일의 휴가는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짧지만, 로스쿨의 다양성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10명의 일행 중 몇몇에게는 90분간 배를 타고 나간 그 1박 2일의 해외 여행이 30년, 40년 혹은 50여년을 살아오면서 경험한 첫 해외여행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러한 삶을 헤치고 나온 사람들도 로스쿨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 로스쿨은 다양성을 포용하고 있다라는 사실과 등치관계가 성립할까요?

요즈음 청년 구직 지원금 등 보편적 복지가 화두인 듯 합니다. 맞춤형 복지가 어루만지지 못하는 영역이 넓다는 사실은 조금만 주위를 둘러 보면 알게 되는 듯 합니다. 삶을 살아가는 의미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우리의 시스템도 조금만 더 정교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는 듯 합니다. 로스쿨도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스멀스멀 배어 나오는 더운 여름, 땀에 젖어가는 그 옷을 바라보며 즐거워 할 수 있는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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