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상소기구는 2012년 5월 참치 제품에 대한 미국의 ‘돌고래 안전’ 라벨링 요건이 멕시코 산 참치를 차별하여 WTO 비차별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결했다. 미국은 분쟁판결 이행을 위해 2013년 7월 새로운 라벨링 요건을 발표했으나, 멕시코는 이 또한 WTO 규범 위반이라고 하면서 미국의 판결 이행 여부를 다투는 이행분쟁을 제기하였다. 이 이행분쟁에서 2015년 11월 상소기구는 미국의 이행조치도 WTO 협정 위반이라고 판결하였다.

WTO 분쟁에서 패소국이 판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후 수단으로 무역보복이 허용된다. 만약 판결 이행 여부에 대한 이견이 있을 경우 패소국의 이행 여부를 먼저 판정하고, 불이행 시 보복조치를 승인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러나 DSU(분쟁해결양해각서)는 분쟁판결 이행을 위한 ‘합리적 이행기간’ 만료 후 30일 내에 DSB(분쟁해결기구)가 보복조치를 승인토록 규정하여, 동 시한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소국이 이행분쟁 판결 이전에 보복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 일부 분쟁 당사국들은 소위 ‘순서합의’를 체결하여 먼저 이행분쟁 절차를 거치고, 패소국의 이행조치가 WTO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정이 날 경우 30일 시한이 지났더라도 보복절차 진행을 양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처리해 왔다.

미국-멕시코 참치 분쟁의 경우, 최초 분쟁판결에 대해서는 양국이 ‘순서합의’를 통해 이행패널 절차를 거친 후 멕시코가 보복승인을 요청하였다. 미국의 새로운 라벨링 요건도 WTO 협정 위반이라는 이행분쟁 판결에 따라 멕시코는 2016년 3월 DSB에 연간 4.7억불 규모의 무역보복 승인을 요청하였고, 미국은 이에 반대하여 DSU 22.6조에 따른 중재에 회부하였다. 문제는 미국이 이와 동시에 새로운 이행조치를 발표한 데서 발생하였다. 미국의 2차 이행조치가 분쟁판결을 이행했는지 여부에 대한 이견으로 두 번째 이행패널 절차가 진행 중이며 7월 중순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한편, 2차 이행패널과 동시에 진행된 중재에서는 지난 4월 25일 멕시코의 무역이익이 1.6억불 침해되었다는 판정을 내렸고, 5월 22일 DSB에서는 멕시코가 상응한 수분의 무역보복을 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같이 보복중재와 이행패널이 동시에 진행되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은 다음 경우에 발생 가능하다. 첫째는 승소국이 ‘순서합의’ 없이 바로 보복승인을 요청한 반면, 패소국은 이에 반대하고 중재에 회부하는 한편 분쟁판결을 이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행패널 절차를 요청하는 경우이다. 둘째는 위 분쟁에서처럼 ‘순서합의’에 따라 이행패널 이후 보복중재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패소국이 새로운 이행조치를 도입하고 이것이 WTO 규범에 합치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이행패널이 진행되는 경우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DSU 개정을 통하여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행 중인 DSU 개정협상에서 ‘순서합의’를 의무화하되, 패소국의 이행의지가 없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 이행패널을 거치지 않고 보복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개정협상 타결 전망이 불투명하다. 따라서, 패소국이 분쟁판결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분쟁판결 이행 여부에 이견이 있을 때는 ‘순서합의’를 통해 우선 이행패널 절차를 거친 다음 보복절차를 진행하여 이행여부 판정과 보복절차의 순서에 관한 DSU 규정의 미비로 인한 문제점을 우회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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