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지인에게 빌려준 돈을 떼였다. 변호사 생활 6년만에 처음으로 대리인이 아닌 당사자의 지위에서 민사소송을 하게 되었는데, 내심으로는 변호사가 돈을 떼먹히면 망신이라는 생각과 약간의 복수심도 없지는 않았다. 소송을 결심하자마자 한 시간 만에 소장을 작성하고, 동시에 가압류 신청서까지 제출했다. 사건이 승소 확정되자마자 확정증명원을 받아 재산명시신청을 하고, 지금은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신청이 가능해질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나 자신이 생각해도 신속·정확한 법적 조치인 것 같다면서 약간의 자기만족에 젖어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사건을 하는 것처럼 의뢰인의 사건을 처리하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은 당연히 그래야 옳다. 어떤 의뢰인이건 본인 일처럼 사건을 성실하게 처리해 줄 변호사를 찾고 싶어하고, 법적으로도 변호사가 의뢰인에 대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그런데 과연 내가 이런 기준에 맞춰 살아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왔고, 최소한 변호사 징계나 손해배상책임까지 갈 만큼 업무 수행이 허술했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이 정도면 최선의 업무 수행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사실은 최선이 아니었음을 본인 소송을 진행하면서 알게 되었다.

필자는 동기들과 함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개업변호사다. 지금은 신입 때처럼 호되게 나를 다잡아줄 선배도 없고, 나름 6년차쯤 되니 이제 초짜는 아니라는 괜한 자만심에 빠져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때문에 필자 뿐 아니라 비슷한 연차의 변호사들 대부분이 매너리즘에 빠져 실력이 정체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자문해 보는게 어떨까, ‘이것이 내 사건이라도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었을까?’ 간단한 질문이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서 의뢰인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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