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문에서 WTO, NAFTA, FTA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와 뉴스를 접한다. 이러한 협정들은 실제로 매우 기술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은 이러한 부분은 설명하지 않고, 다만 그 효과에 대하여 자신의 정파의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가 WTO, FTA 등에 대하여 아는 내용도 정치적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신문과 뉴스의 기자도 이러한 내용이 정치적 이슈가 되어서 관심이 있는 것이지, 실제로 이것의 경제적 효과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분석할 능력도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원산지란 무엇인가? 원산지는 당해 물품이 어디에서 생산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다. 여기서 정책적 판단이라고 하는 이유는 원산지 제도를 어느 목적으로 이용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원산지 판정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원산지 제도는 그 특성상 원산지의 판정을 기초로 한다. 즉, 원산지의 판정이 먼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산지가 중국으로 판정되면, 우리는 제품에 원산지를 중국으로 표시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산지 판정은 일정한 법률효과를 부여하기 위한 일종의 법률 요건의 기능을 한다. 따라서 원산지 판정에 따른 법률효과가 무엇인지에 따라 원산지 판정은 매우 다양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원산지는 정책적 판단인 것이다.

그렇다면, WTO, NAFTA, FTA는 무엇인가? 이들은 모두 자유 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협정들이다. 이러한 자유 무역에 대하여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자유무역이 지구 전체의 부를 확장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음은 역사적, 이론적으로 수없이 증명되어 왔다.

그런데 위 협정들은 중요한 전제가 있다. WTO는 약 150여개 국가의 회원국에서만 적용되고, NAFTA는 북미 3개국 사이에서 적용되며, FTA는 체결 당사자국 사이에서만 적용된다. 즉, 위 협정 이외의 국가에는 이러한 협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무역 대상 물품이 가입국 물품인지, 비가입국 물품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원산지 판정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여야 하는 것이다.

WTO 원산지 협정은 원산지 제도를 특혜와 비특혜로 구별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특혜 원산지 규정은 WTO 협정상 최혜국 대우 그 이상의 특혜를 주기 위한 목적에 따른 원산지 규정이며, 비 특혜 원산지 규정은 그 이외의 목적에 따른 원산지 규정을 말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WTO에서는 이러한 원산지 규정을 통일하기 위한 통일 원산지 규정을 제정하려고 하고 있다. 즉, WTO는 비특혜 원산지 제도에 적용할 원산지 판정 규정을 통일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통일 원산지 규정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는 흔히 예상하는 가입국가간의 이해 관계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비특혜 원산지 제도가 너무 많은 법률효과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특혜 원산지 제도가 규정하고 있는 원산지 판정 제도는 원산지 표시 뿐만 아니라, 덤핑, 상계 관세와 같이 관세를 부과하는 목적으로도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산지 표시와 관세 부과는 전혀 다른 법률효과이므로, 이의 전제가 되는 법률 요건도 다른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WTO의 통일 원산지 협정의 완전한 체결은 쉽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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