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어느 날 번개처럼 소집된 대학 동창모임이었다. 졸업 후 처음 만나는 한 동창이 ‘일 가정 양립정책’ 관련 일을 한다며, 아이디어를 달라는 얘기를 했다. 모임에 온 상당수 동창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어 여러 이야기가 오갔고, 육아와 일 중 어느 하나만을 하는 친구들도 대부분 그 어려움에 공감하여 대화에 동참하였지만 결국 이렇다 할 해법은 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

‘일 가정 양립정책’. 정책의 이름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지만 사실 핵심은 ‘일과 육아의 양립’일 것이다. 육아가 아닌 다음에야 일과 가정의 양립이란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그렇게 어렵기만 한 일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시기라면, 제3자의 도움이 없는 한 일과 양립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즉, 도움을 줄 수 있는 제3자란, 대부분 아기의 조부모님 아니면 베이비시터일 것인데, 아기의 조부모님이 육아의 일정 부분을 담당해 주실 수 있는 상황이나 믿고 맡길 수 있는 베이비시터를 만나는 것은 다 같이 쉽지 않은 일이다. 오죽하면 ‘(베이비시터)이모 복이 (워킹맘의) 제일 큰 복’이라고들 할까. 더욱이 베이비시터의 경우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경제적 부담도 따라온다.

이렇듯 어려운 ‘일과 육아의 양립’을 위한 해결방안의 일환으로 현재 이른바 ‘슈퍼우먼 방지법’이 발의되어 있다.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기간을 30일로 확대하고, 육아휴직 기간을 16개월로 늘릴 뿐 아니라, 부모 모두의 최소한 3개월 이상 육아휴직 신청을 의무화하며, 육아휴직 급여액을 월 통상임금의 100분의 60으로 인상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아기가 16개월이 될 때까지는 육아휴직 기간을 이용하고 그 다음은 어린이집 등을 이용하면 되니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16개월이면 어린이집 종일반을 다니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할 수 있고, 어린이집도 쉽게 들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일단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방안으로서 그 대강의 얼개는 마련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법안의 이름이 좋다(실제 법률안은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두개의 법안이다). 슈퍼우먼이 될 수가 없는데 슈퍼우먼이 될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구받는 상황에 있게 된 여성, 그래서 어딘가 위축되고정당하지 않은 죄책감에 마음이 아픈 여성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느낌이 있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부모를 포함한 사회 모두의 책임인 육아를 엄마가 된 여성에게만 미루어 왔음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느낌이 있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물론, 위와 같은 법률이 마련되어도, 여성변호사가 그 보장사항을 다 누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모두 보장받는 경우라도 일과 육아의 양립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일단 한 걸음을 내딛는다면, 그리고, 일과 육아 양립을 위한 여타 정책적·사회적 조치가 특정 여성이나 가정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더욱 키워 나간다면, 결국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육아 시스템도 기대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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