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진행 중에 우리 쪽 의뢰인으로부터 상대방에게 조정 의사가 있는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날이 재판이라 부리나케 상대방 변호사 사무실에 확인 전화를 하였다. 직원에게 사건 번호를 이야기하고 담당 변호사님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 직원은 담당 사무장님이 그 사건을 처리하고 있으니 사무장님과 이야기를 하면 된다고 했다. 당혹스러웠지만 담당 사무장에게 상대방 쪽에서 조정 의사가 있다고 하는데 아시냐고 물었다. 그 사무장은 본인도 바빠서 의뢰인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마지막에는 담당 변호사와 통화를 할 수 있었지만 그 변호사 또한 그 내용에 대해 아는바가 전혀 없었다. 자기도 너무나 바빠서 의뢰인들과 이야기를 할 여유가 없었다면서….

사무장과 사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사실과 자신들의 의뢰인의 생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불편한 반응을 보이자 그 사무장은 오히려 나에게 실례가 아니냐면서 불쾌한 심경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도대체 어느 쪽이 더 실례인 것인지….

그 다음날 법정 앞에서 그 담당 변호사가 자기 의뢰인으로부터 왜 변호사와 면담하는 게 이렇게 어렵냐는 항의를 들었다면서 왜 그런 말이 나오게 하냐고 나한테 도리어 화를 내는 것이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소송 중에 자기 의뢰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도 없는 변호사가, 내가 그쪽 의뢰인을 만나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해도 너무할 정도로 변호사의 역할에서 차이가 나다보니 화가 나서 나온 자기 쪽 의뢰인의 반응에, 반성은 못할망정 나한테 왜 그런 말이 나오게 하냐며 화를 내다니…’ 당신 그렇게 소송하는 거 당신 의뢰인한테 실례 아니냐는 말을 꺼내는 순간 법정 경위가 재판 순서가 되었다면서 우리를 불렀다. 그쪽 변호사는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사건이 70건이나 되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 도리어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였다. ‘야 너 변호사 하지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그 말까지는 아닌 것 같아 꾹 참았다. 그리고 이후 나는 그 변호사를 봐도 아는 체하지 않는다. 나는 그 사람을 변호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국선전담변호사 출신인 나는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해왔다. 상담도 직접 하고, 서면도 내 손으로 작성하고, 전화도 직접 받았다. 물론 재판도. 법원이나 검찰청 직원들은 변호사가 직접 전화를 받는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직원이 답변해 줄 수 있는 게 없으니 번거롭게 직원을 거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개업 6년차인 지금도 그 모습은 변함이 없다. 게다가 나는 핸드폰 번호도 공개되어 있다. 내가 재판 중이거나 면담 중이어서 전화를 받지 못한 경우에도 그 일이 끝나면 반드시 전화를 해준다. 그리고 형사 사건의 경우 반드시 수사기관 신문 절차에 참석한다.

그 많은 일들을 혼자 감당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서면 쓸 시간이 없어서 꿈에서도 서면 쓰는 악몽을 꿀 정도지만 변호사로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들이기에 꾸역꾸역하고 있다. 그것이 지연, 학연, 혈연 전혀 없는 내가 이 낯선 전주라는 지역에서 지금까지 씩씩하게 변호사로서 살아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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